클린턴 숙소서 면담 관측..국방위 주최 환영만찬에 김정일 참석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춰 눈길을 끈다.국방위원회가 4일 백화원영빈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만찬을 주최한 것은 북한이 그의 방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만찬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 국방위원회의 수장인 김정일 위원장도 참석했다.
국방위원회는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지도체로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 뿐 아니라 북한의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의 기구로 자리매김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8월 와병 이후 올해 1월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이후 국방위원회는 후계구도 구축 작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국방위원회가 주최한 만찬임에도 북한 언론매체에 이름이 보도된 북한측 참석자중에 정작 국방위원은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으로서 미국 여기자 사건 처리의 최고책임자인 우동측 1명 뿐이다.
김영춘, 장성택 등은 거명되지 않았고 거명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은 국방위원이 아니다.
이 만찬이 국방위원회 주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이 주최한 것으로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관련 인물들 위주로 참석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최태복 의장과 김기남 비서는 북한 노동당의 최고 원로격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며,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은 주요 대미라인으로 이번 행사의 직접적인 관계자들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클린턴 전 대통령 면담에도 배석한 김양건 부장은 대남업무를 책임지는 통일전선부장이지만 오랜 기간 노동당 국제부에서 북한의 대중국 외교를 담당하다 국방위원회 참사로 6자회담 등에도 관여하는 등 남북관계를 주로 다루면서도 국방위원회에서 국제업무를 함께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극진한 예우는 4일 오전 공항에서부터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면서 예고됐다.
양 부위원장은 우리의 국회 부의장격으로 부총리급이며 세련된 외교매너로도 유명하다.
북한이 김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간 면담 장소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숙소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백화원영빈관을 찾아 면담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면담에 이어 열린 국방위원회 주최 만찬이 백화원영빈관에서 열린 점으로 미뤄 그렇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이 직접 백화원영빈관을 찾아 각각 김대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당시 두 대통령은 모두 현직이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에 백화원영빈관에 머물 때도 김 위원장은 숙소를 직접 찾으면서 “연장자에 대한 배려”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백화원영빈관은 국빈을 위한 숙소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자오쯔양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등이 방북했을 때 모두 이곳을 숙소로 이용했다.
백화원영빈관을 숙소로 제공했다는 것 자체도 북한이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극진한 예우를 갖추는 것은 북미간 대립구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도 담긴 셈”이라며 “사실상 정상회담에 준하는 의전을 준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