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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NEWS & VIEW] "입학사정관 100% 전형기대"…너무 나간 이(李)대통령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9-07-28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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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청와대

[NEWS & VIEW] "입학사정관 100% 전형

기대"…너무 나간 이(李)대통령

 

  • 입력 : 2009.07.28 04:01

 

"대학 입시에 지나치게 관여 인상 자율권 주겠다는 약속 어디 갔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인데, 대통령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니…."(교육과학기술부 A간부)

의욕적으로 교육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임기 말(2012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100% 가까이 학생을 뽑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고 밝히자 교육 당국은 난감한 기색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소위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좋은 대학들이 내년도 입학시험에서 논술시험 없이 입학사정을 통해서 뽑고, 또 농어촌에서 지역 분담을 해서 뽑을 것"이라며 "제 임기 말쯤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 가까운 입시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수능점수·내신성적 보다는 학생의 창의력과 가능성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 전형으로, 정부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교육정책'이라며 적극 추진하는 제도다. 올해 입시에서는 전체 입학 정원(35만명)의 6%인 2만690여명(47개 대학)을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선발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다.

이날 발언에 대학과 학생·학부모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임기 말인 2012년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은 현재 중3 학생들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 말대로 현 중3 학생들은 모두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긴 힘들다"고 교과부와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교과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상위권 40여개 대학이 정원의 20~30%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것을 내부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말씀은)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100%라는 숫자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차관은 "모든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 제도가 의미 있는 제도가 되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입학사정관 제도는 현재의 시험 위주 입시에서 탈피하는 교육개혁의 상징으로 이해해 달라"며 이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주워 담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정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교육개혁 의욕이 너무 강한 나머지 진도가 너무 나간 '과잉 발언'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B대학 관계자는 "지금 각 대학들이 확보한 입학사정관들은 경험도 적고 계약직이 대부분"이라며 전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의 C대학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갑자기 늘리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처럼 언젠가는 100% 입학사정관 선발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긴 하지만, 단기간엔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정착되는 데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날 이 대통령의 입학사정관제 발언은 '친(親)서민·중도' 노선과도 연계돼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교육기관을 방문해 친서민 교육정책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달만 해도 충북 괴산고(24일), 서울 관악구 보육시설 하나어린이집(16일), 원주정보공업고(3일) 등을 방문했으며, 괴산고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 사교육 받지 않고 학교 교육만 받은 사람이 대학 가기 쉬운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교육 정책이야말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서민정책으로 믿고 있다"며 "교육 개혁을 최우선적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사교육과의 전쟁, 입학사정관제 확대, 농어촌 지역할당제 도입 등에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교육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학교와 학생·학부모들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강하다. 특히 수험생들이 예민하게 느끼는 '입시정책'을 대통령이 시기까지 못박아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입학사정관 선발 100%'라는 발언이 대학의 자율을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모순될 수도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정부가 대학 입시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대학에 자율권을 주겠다고 한 정권 초 약속은 어디로 갔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