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친박(親朴)계가 민 권영세 의원, 서울시당 위원장 당선
주류 절대우세 지역서 파란 "화합우선 민심(民心) 표출된 것"
전여옥 지원한 이재오계(系) 당내 행보 신중해질 듯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중립성향인 권영세(3선·영등포을) 의원이 23일 당선됐다. 권 의원은 이날 1062표를 얻어 이재오계 등 주류측과 정몽준 최고위원측의 지원을 받은 전여옥 의원(805표)을 257표 앞섰다. 서울은 주류측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전체 48곳 가운데 30곳이 넘는 주류 절대 우세지역인데도 소수인 소장파와 중립성향, 친박(親朴)계가 연합지원한 권 의원이 밑바닥 당심에서 승리한 것이다.- ▲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왼쪽)이 23일 열린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소장·중립파와 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옆은 경쟁자였던 전여옥 의원./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한 중립성향의 초선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화합이 우선이라는 것이 입증됐고, 화합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수도권의 절박감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의원들의 정서가 의원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주류측의 행보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당선 기자회견에서 "강한 한나라당 대 화합의 경쟁에서 화합이 승리한 것 같다"며 "단합을 최우선으로 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쇄신하고 공정하게 해 갈등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전여옥 의원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변인이자 복심(腹心)이기도 했던 전 의원이 지난 대통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반박(反朴)'으로 돌아선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것이다.
주류측의 경선 패배는 집권 2년차 후반기에 가동하려던 '당·정·청 쇄신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청와대·내각이 새로 개편되는 만큼,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면서 '9월 조기 전당대회'를 공론화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미디어법도 통과된 만큼 당원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 긍정적 입장이었다. 이는 곧 있을 청와대 개편과 중폭(中幅) 이상 개각에 이어 당까지 확 바꿔 주류가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었으나, 친박 진영의 반대 움직임과 함께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패배 등으로 인해 일정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