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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B는 왜? 非전공 ‘정치’를 시작했다 ‘중도’ 기치를 다시 들었다 (동아일보)
글쓴이 동아일보 등록일 2009-06-30
출처 동아일보 조회수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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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9.6.26(금) 02:52 편집


 

MB는 왜? 非전공 ‘정치’를 시작했다 ‘중도’ 기치를 다시 들었다

 



‘근원적 처방’ 키워드 정치 & 중도
 
 

요즘 이명박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정치’와 ‘중도’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 살리기와 안보 현안을 챙기는 데 전력을 기울였으나 그 성과가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른바 ‘정치의 부재’때문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또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을 거치며 좌우 이념 대립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중도 성향의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을 깊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정치와 중도층을 중시하는 행보를 통해 국정 수행의 추동력을 회복하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살펴본다.》

 

 

청와대 주변에선 요즘 이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형’ 대통령에서 ‘정치인’ 대통령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 같다는 말이 많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탈(脫) 여의도’라는 화두를 던졌을 정도로 ‘여의도 정치’를 경원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 등 시급한 국정 과제를 챙기는 데만 힘을 쏟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사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지지기반이 취약한 ‘충청권’ 출신을 발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물론 다른 요인도 많았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충청권 배려라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관들에게 1급 이하 인사권을 넘겨준 것도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인들이 통상 권한을 조금씩 나눠주며 자기 사람을 챙기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무 영역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나 외교 쪽은 어느 정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이제는 정치에 시간과 고민의 양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왜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정치에 눈길을 돌린 것일까.

청와대 핵심 참모는 “그동안 일로 평가받겠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일을 잘하더라도 정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대통령이 새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 낸 동력 중 하나가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은 정쟁의 문화가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정치 선진화’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동안은 정치 선진화를 이루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며 한 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은 정치 선진화를 대통령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참모는 “국정지지율이 떨어지고 정체되는 이유 중에는 실체적 진실과는 달리 대통령의 리더십이 일방적이고 편향된 것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성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했는데 정치 복원을 근원적 처방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당청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면서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큰 골격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더욱 잦은 소통의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의원들과 자주 통화를 하며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있다. 그러나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인적쇄신 요구나 국정기조 전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당 일각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해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왜 ‘정치’인가


“혼자선 어렵다” 인식변화


지역 배려하고 소통 강화


靑“고민-시간 더 투입”


 

왜 ‘중도’인가


이념 대립 휘말리면서


정권 지지기반 급속 이탈


親서민 행보로 ‘복원’나서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 강조는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한마디로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중도세력을 다시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대선 때 이 대통령이 530만 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중도세력의 표심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선 이들 중도세력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초반 부자 내각 논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을 거치며 이념 대립에 휘말렸고 정부가 당초의 중도 실용 이미지에서 우경화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도세력이 이탈한 것이다. 그 결과 국정수행 지지도는 25% 안팎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을 거치며 고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내심 긴장해 왔다. 대선 때 이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세력을 다시 붙들지 못할 경우 ‘25%짜리 대통령’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권 2년차 중반기를 맞이하며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 강화를 내건 것은 40%의 중도를 잡기 위한 ‘선제 공세’인 셈이다.

 

 

여기엔 중도세력이 돌아서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쪽으로 간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중도는 각종 선거 등에서 때에 따라 보수를 지지하기도 하고 진보 편에 서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인 만큼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면 다시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최근 사교육 대책 마련 등 친(親)서민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도는 이념적으로는 명확하게 개념 정립이 안 돼 있지만 계층적으로는 서민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난 몇 차례의 대선과 총선 등에서 중도를 표방해 온 민주당 측과의 중도 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좌파 색채를 걷어낸 ‘뉴민주당 플랜’으로 지난 대선 때 자신들을 떠나갔던 중도세력을 되찾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당장 보수층에선 중도 실용의 실체적 내용이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와 중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수와 중도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민감한 대목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중심적 가치, 국가의 정체성,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긍정적 평가,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법치, 세계화 등 중심적 가치는 지키면서 중도에 있는 세력들을 포용하자는 의미이지 가운데 서서 양쪽(보수와 진보) 눈치 보는 게 아니다”며 중도 실용을 어떻게 강화하고 채워나갈지는 앞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 강화론이 보수에서 중도로 현 정부의 이념적 좌표를 통째로 옮기겠다는 게 아니라 친서민 행보와 경제 살리기 등을 통해 부동층으로 이탈한 중도파의 지지를 복원하려는 국정운영 전략이자 소통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