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클린턴식(式) 삼각화 전략' 제시
"양극화 막고, 중산층 두텁게 만들 것"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꺼낸 '중도 강화론'이 자유선진당("웃기는 얘기다")과 민주당("한가하게 이미지 개선사업 할 때인가")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하자고 (이 대통령이) 중도 강화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고 정쟁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도 강화론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삼각화(triangulation)' 전략을 국정에 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6년 대선 때 정치참모 딕 모리스의 조언을 받아 균형예산과 탈규제 등 우파의 어젠다를 선거 공약에 채택함으로써 승리했다. 박 기획관은 "삼각화 전략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클린턴 정부가 우파 정책을 선별적으로 수용한 것이나, 공화당의 부시 정부가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건 것이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우파 정책의 토대 위에서 좌파정책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나 모두 삼각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기획관은 "이 대통령이 정체성이 부족하다" "우유부단하다"는 우파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책의 유연성을 갖고 (중간층을) 포용해 나가겠다는 뜻이지 우파의 원칙을 버리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기획관은 "지난주 발표된 한미동맹 공동비전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한다'는 문장이 처음으로 들어갔는데 이보다 더 우파로서 확고한 입장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부자 정부'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중도론을 제기한 것 같은데 '부자 정권'이란 것 자체가 좌파들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부자 정부인데 부자 정부가 아닌 것처럼 보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체가 부자 정부가 아닌데도 부자들을 위한 정부로 왜곡돼 있으니 그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서민정책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것이 취임 전부터 이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자 'MB노믹스'의 핵심이다. 그동안 비상경제대책회의에 가장 많이 오른 안건이 서민정책이었다. 그런데도 '강부자 정권'이라는 용어라든지 종부세 완화 등 일부 감세 정책이 마치 정부의 전체 정책인 것처럼 좌파들이 몰아붙이면서 '부자 정부'로 왜곡됐다."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 청와대의 잘못 아닌가.
"그래서 그동안 해온 서민정책들을 다시 제대로 알리는 작업도 하고 서민 행보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MBC PD수첩의 김은희 작가 이메일에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가진 세력들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데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법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국회 파행사태와 북한 문제를 겪으면서도 보수 이미지가 너무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 야당과 재야가 그렇게 낙인찍기를 하지 않았나."
―중도층이 이 대통령 지지를 얼마나 철회했다고 보나.
"국민들의 이념정향 조사는 우파와 좌파가 30% 정도씩, 중도층이 40% 정도로 계속 그렇게 나오는데 이번에 우리가 만든 PI(president identity ·대통령 이미지) 보고서를 보면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많이 빠져나갔다."
―좌파들도 비판하지만 상당수 우파도 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우파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사회를 안정시켜야 한다. 분열로 치닫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위협받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이다."
―어찌 됐든 중도 강화론은 이 대통령이 중간으로 클릭이동을 하겠다는 뜻 아닌가.
"모든 정책을 이념의 잣대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거듭 말하지만 노선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법치나 북한 문제에서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기조를 충실하게 설명하고 소통을 강화하면서 서민정책을 통해 중산층 복원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MB다움'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중도 정책'을 선보이겠다는 것인가.
"이 대통령이 최근에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정책을 강조했지만 하반기 경제 운용 과정에서의 서민정책을 수집, 발굴하고 있다. 생활공감 정책, 그리고 양극화를 막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휴먼뉴딜 정책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