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광우병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PD 4명·작가 1명 기소
"언론의 비판 필요하지만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지난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제작진의 왜곡과 사실 조작이 빚어낸 것이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이 보도는 지난해 나라 전체를 혼돈 상태로 몰아넣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기폭제가 됐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장장 1년간 계속된 수사를 종결짓고 18일 수사결과를 발표, MBC PD수첩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와 진행자 송일준 PD, 김보슬 PD, 이춘근 PD, 김은희 작가 등 제작진 5명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 ▲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병두 1차장이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PD수첩의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총선 후보를 위해 상대 후보의 '뒷조사'까지 했음을 스스럼없이 고백하고 있는 이메일은 흡사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 살인(殺人)'을 연상시키는 섬뜩한 내용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검찰이 공개한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괄호 안은 독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한 부연설명)이다.
(아래는 촛불시위 현장에 나갔다가 김보슬 PD를 만나서 한 대화를 지인에게 알리는 내용이라고 검찰은 설명)
"그녀(김보슬 PD)가 물었어요. '김 여사(김 작가), 현장에 나와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ㅋㅋ"
"그래서 대답했지요. '아니 만족 못해. 홍정욱(지난해 4월 9일 총선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은 못 죽였잖아.' (중략) 그런 인간은 자라나는 미래의 기둥들과 교육 백년지대계를 위해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노회찬(지난해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홍정욱 의원에게 패배한 진보신당 대표)을 이겼잖아요. 백번 생각해도 나쁜 놈."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만든, 과거 그 어느 언론도 운동세력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그 '대중의 힘'의 끝이 나는 못내 불안해요."
- ▲ 지난해 7월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촛불시위 모습.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1년에 한두 번쯤 '필(feel)'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 삼성이 그랬고, 올해 광우병이 그랬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도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었는지…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
"여전히 '이명박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날마다 촛불시위 중계며 아고라 눈팅(인터넷 게시물 등을 열람한다는 뜻)이며 시간을 무지하게 보내고 있다지요."
◆2008년 4월 18일 "미친 듯이 홍정욱 뒷조사를 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이번 PD수첩 아이템 잡는 과정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적개심을 풀 방법을 찾아 미친 듯이 홍정욱 뒷조사를 했었는데 말이죠. 혹시 제보 들어온 거 없나 뒤지기도 하고. 뭐 우리가 늘 '표적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에요. ^ ^ ;"
검찰은 PD수첩의 왜곡·허위 보도를 유형별로 보면 의도적인 오역(誤譯)과 번역 생략이 10군데, 객관적인 사실 왜곡이 11군데, 사실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설명을 고의적으로 생략한 부분이 7군데, 광우병 위험요소와 관련한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만을 골라 강조해 사실을 오도(誤導)한 부분이 1군데, 화면과 편집 기술을 활용한 왜곡이 1군데라고 밝혔다.
PD수첩의 왜곡·허위 보도는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법원의 1·2심 판결을 통해서도 이미 검증됐다. 17일 서울고법도 이 보도 관련 정정 보도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경우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내용 등 5가지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며 정정(訂正) 보도를 명령했다. PD수첩 스스로도 이 중 일부 대목에 대해선 이미 정정 보도를 내보내면서 잘못을 자인(自認)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내자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탄압"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권(野圈)도 이에 동조하면서 정치이슈화됐다. MBC 노조원 등은 압수수색 등 검찰의 공권력 집행을 몸으로 막아서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를 지휘한 정병두 서울지검 1차장(검사장)은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을 고의로 왜곡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당연히 처벌된다"며 이를 일축했다.
PD수첩이 보도를 통해 "친일 매국노처럼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당시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이후 "네 가족들 각오해, 죽여버릴 테니"라는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협박에 시달렸다. 광우병 위험성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전달하려 했던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검찰 수사는 그 같은 '광기(狂氣)'가 지배했던 1년 전 상황이 "온 국민의 것"이라던 공중파 방송을 '정치'와 '선동'에 이용하려 했던 PD수첩 제작진의 비뚤어진 의식과 행동에서 촉발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공개한 PD수첩 작가의이메일 내용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조중동의 견고한 아성에 균열을 만든, 과거 그 어느 언론도 운동세력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그 '대중의 힘'….
1년에 한두 번쯤 '필(feel)'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 삼성이 그랬고, 올해 광우병이 그랬어요.
어찌나 광적으로 일을 했었는지…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
이번 PD수첩 아이템 잡는 과정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적개심을 풀 방법을 찾아 미친 듯이 홍정욱 뒷조사를 했었는데 말이죠.
그녀(김보슬 PD)가 물었어요. '김 여사(김 작가), 현장에 나와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