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강력 비판 "북(北), 엄청나게 도발적"
오바마 "북(北) 도발에 보상하는 정책 계속할 생각없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이 6일 북한의 최근 행동은 "엄청나게 도발적"이며 도발에 '보상'하는 방식을 반복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은 7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再)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오바마 대통령은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지난 수개월간 행동은 엄청나게 도발적(extraordinarily provocative)"이라며 혐오감을 나타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를 실험하고 대륙간 장거리 발사 능력의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상하는 정책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가 항상 선호하는 것은 외교적 접근이지만, 문제를 풀려는 상대방의 진지한 노력을 수반한다"며,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그런 반응을 보지 못했다"고 말해 대응 방법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7일 미 ABC방송의 '디스 위크(This Week)'에 나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 ▲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식이 열린 프랑스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당시 연합국 일원이었던 국가의 정상들이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왼쪽부터 찰스 영국 왕세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로이터 뉴시스
북한이 작년 10월 비핵화 과정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풀려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 북한이 핵 물질을 해외로 운반할 가능성과 관련, "이를 저지하고 방지하며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이 잇달아 대북 강경조치를 밝힌 것은 당분간 권력 승계과정에 있는 북한이 더욱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소한 1~2년을 내다보는 포석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잇단 강경 발언에 대해, 워싱턴 DC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의 역린(逆鱗·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미국은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자세"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강경 대응을 요청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도 아닌 외국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밝힌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채택을 앞두고 자신이 방문 중인 유럽에서 대북 강경 입장을 밝혀, 국제적인 '연합' 대응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2006년 10월 핵실험 후 곧장 입장을 바꿔서 보상을 해주고 상황을 '동결'시키는 방향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 "북한이 끊임없이 지역 안정을 저해하는데, 우리가 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로를 계속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했다.
클린턴 장관이 공개적으로 테러지원국 문제에 대한 재지정 가능성을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26일 이언 켈리(Kelly) 국무부 대변인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밝힌 직후, 국무부 관계자들은 "켈리 대변인이 너무 많이 나갔다"고 해명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다루는 실무진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목적'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함에 따라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