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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지만원
Subject
이종석의 과거 하나: 장군은 북에 복종하라
NLL 상황 일지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호가 지난 7.14. 16:12분에 북한 서해의 돌출부인 등산곶을 출발하여 남하했다. 우리 해군은 즉시 1,200톤급 초계함(구축함의 축소판), 성남호를 보내 대응케 했다. 우리해군은 오후 4시 35-36간 핫라인을 통해 북한 경비정을 3회에 걸쳐 호출했고, 다시 4시40-50분간 4회에 걸쳐 호출-메시지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 우리 해군이 송신한 내용은 “귀측은 해상분계선 1.2마일 전이다"(1차 무전). "0.3마일전이다, 북상하지 않을 시 발포할 것이다"(2차 무전).
이런 통신을 받으면서도 북한 경비정은 4시47분에 NLL을 넘었다. NLL을 넘으면서 북 경비정이 처음으로 남측에 무전을 쳤다. ”지금 내려가는 것은 우리 어선이 아니고 중국어선이다“.
4시52분, 우리 해군이 또 문전을 쳤다. ”귀측은 이미 NLL을 침범중이다. 방향을 바꿔 북상하지 않으면 발포한다”.
4시54분, 북 경비정이 NLL 이남 0,7마일(1.2km) 지점을 통과하자 우리해군이 2발의 경고 사격을 가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 경비정은 뱃머리를 북으로 돌려 달아나며 무전을 쳤다. “지금 남하하는 선박은 중국어선이다. 남측이 NLL을 넘었으니 빨리 남하하라”. 4시56분, 북 경비정이 또 다시 무전을 쳤다. “남측이 군사분계선을 1마일 침범했다. 빨리 내려가라”.
이상이 해군 작전 일지다. 이 상황일지를 군은 다음과 같이 축약하여 발표했다.
군의 발표
“7.14일 북한 경비정이 NLL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 함정 간 무선통신망을 통해 모두 네 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북측이 응답하지 않고 NLL을 넘어 0.7마일 남하하자 경고용으로 두 발의 함포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측 전화통지문
이러한 군의 발표에 대해 7.15. 북측은 한국군의 발표가 허위라는 취지의 전화통지문을 남북장성급회단의 북측 단장 안익산 소장(준장급) 명의로 보냈다.
첫째, 우리 측 상황일지에는 북 경비정이 처음으로 우리 초계함에 무전을 친 시각이 4시51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화통지문에는 4시41-45간 3회에 걸쳐 남측을 호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출시각도 허위이고,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도 허위다. 응답하지 않은 쪽은 북한이다.
둘째 북측 전화통지문에는 “남북이 제3국 선박을 우리 측 어선이라고 하면서 우리 수역에 남측 함정을 침입시켜 경고 사격하는 도발을 하였다”고 주장했다.
남북한 해군들간의 진실게임식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건수 잡은 NSC와 대통령, 한국군 매도
북으로부터 전화통지문을 받은 NSC는 7.15. 오전, 대통령에게 북 경비정이 “지금 내려가고 있는 선박이 우리(북) 어선이 아니고 중국 어선이다”라는 무선 응답을 3차례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취지의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실이라도 밝혀낸 것처럼 보고를 했고, 대통령은 마치 건수 잡은 사람처럼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NSC와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에 비중을 두고 한국군에게 공개적으로 매를 든 것이다.
조사가 필요하면 은밀히 조사를 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공개적인 조사지시로 인해 언론들은 마치 한국군이 북한에 대해 몹쓸 짓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매도했다. 공개적으로 코너에 몰린 군은 진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었다. 상황일지와 무전 내용들이 공개돼야만 70만 한국군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 이 상황일지가 공개되자 한국해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북한이 장난질을 치고 허위사실로 한국해군을 모함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군의 바지자락 물고 안 놔주는 대통령
조사결과와 확인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면 대통령은 우리 해군의 등을 두드려 주고, 북한에 대해 엄중 경고를 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모든 게 기분 나쁘다는 듯이 더 한층 분노하여 또 다른 트집을 잡아 군을 괴롭히고 있다. “대통령이 대통령 같지 않아 보고를 누락한 것이 아니냐”, ”군이 고의적으로 언론에 비밀에 해당하는 교신내용을 흘려 청와대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상황자료는 비밀분류 원칙에 비추어 절대로 비밀일 수 없다. 무엇이 무엇 대문에 비밀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대통령 측은 비밀이라며 억지를 부린다.
이상의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NSC와 대통령은 두 가지 사실에 기분 상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NSC가 북한 전화통지문 내용을 보고했을 때만 해도 군을 조사해보면 한국군의 잘못이 드러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조사결과 북한의 거짓말만 백일하에 드러나고 해군측엔 잘못이 없자 저들의 기분이 몹시 상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들에겐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가하여 퇴각시킨 해군이 얄밉고, 북한의 거짓말들을 생생하게 밝혀낸 장군들이 얄미운 모양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은 한국군에 무언의 메시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북한에 굴종하는 간부가 대우받게 될 것이다”.
2004.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