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 분향소가 차려졌던 덕수궁 대한문과 시청역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학생 등 400여명이 30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시위를 벌여 태평로·서소문로 일대가 차량 통행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시위대는 오후 7시쯤 서소문과 태평로 일대 차도를 점거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오후 5시 40분쯤 대한문 앞 도로로 나와 광화문에서 서울역 방향 도로 5개 차로를 점거한 뒤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등을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오후 6시쯤부터 경고 방송과 함께 시위대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섰지만, 일부 시위대가 거리 투석전을 벌이는 등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이날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로 보이는 최소 5명이 손과 머리에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서 오후 7시 현재 서울 서소문로 일대의 차량 통행이 사실상 마비돼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시위대 일부는 이곳을 지나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욕설을 하며 차를 발로 걷어차 차를 훼손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7시10분부터 연행작전에 나서 수십명의 시위대를 체포해 프라자호텔 부근에 세워져 있던 전경버스에 태웠다. 일부 시위대는 태평로 부근에 세워져 있던 전경버스의 뒷문을 통해 침입해 안에서 쉬고 있던 전·의경들을 폭행하려다 체포됐고, 세워진 전경버스의 타이어 바람을 빼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위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국가인권위회 직원이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민주노총 등이 이날 4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치르겠다고 한 ‘열사정신계승·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범국민대회’ 참가자 2000여명은 서울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한문에서 덕수궁 돌담길 방면으로 앉아 ‘MB OUT’ ‘민주적 권리수호’ 등의 종이를 흔들며 ‘폭력경찰 물러가라’ ‘시청광장 개방하라’ ‘이명박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에는 이날 오후 2시에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공공운수노동자 결의대회’를 가진 공공운수연맹, 홍익대 앞에서 ‘MB정부에 맞선 대학생 생동의 날’ 집회를 연 한대련 등 대학생 단체 회원들도 포함돼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원천봉쇄하기 위해 서울광장 일대에 179개 중대 1만4000여명의 병력과 500여대의 전경버스를 배치하는 한편, 서울광장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4·5번 출구를 봉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5시 40분쯤 서울광장과 인근 도로에서 밤샘 추모행사를 한 시민들을 해산시킨 뒤 서울광장을 전경 버스로 둘러쌌으며 시민들이 마련한 분향소의 천막 철거 작업을 벌였다. 촛불시민연석회의 등은 경찰 조치에 반발해 오후 2시에 비난 기자회견을 열었고, 천막이 모두 치워진 상태에서 조문과 분향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시위 때문에 덕수궁은 문화재와 관람객의 안전 등을 우려해 당초 예정보다 3시간이 빠른 오후 5시까지만 표를 판 뒤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