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함정 서해 NLL 인근 유인후 미사일 기습공격 가능성
“함정간 충돌땐 승산없다”
北 연평해전서 이미 확인
해안포 포격 병행할 수도
북한이 27일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맹비난하며 경고한 ‘군사적 타격’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군 당국은 북한이 남측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유인한 뒤 단거리미사일로 기습 공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1999년과 2002년 1, 2차 연평해전에서 보듯 남북 함정 간 직접 충돌은 승산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해상 교전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차례의 해상 교전에서 북한 경비정은 남측 해군 고속정을 선제공격했지만 남측의 후속공격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퇴각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거센 파도에도 몇 km 밖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자동 사격통제장치를 갖춘 아군 함정과의 정면 충돌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군은 최신예 이지스구축함을 실전 배치하는 등 해군 전력을 대폭 증강한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 어선을 단속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경비정들을 NLL 남쪽 해역으로 침범시키거나 서해 5도 인근에서 각종 무력시위를 벌여 남측 고속정과 구축함, 전투기를 최대한 NLL 인근으로 끌어들인 뒤 모종의 기습공격을 획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북한의 기습공격은 아군 전력을 향해 여러 발의 단거리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서해안에 밀집 배치한 해안포로 NLL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과 대치할 남측 함정을 겨냥해 집중 포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1차 연평해전 당시 해군2함대 사령관을 지낸 박정성 예비역 소장도 올해 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북한은 승산 없는 함정 대결을 피하고 지대함, 함대함, 공대함 미사일로 아군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북한의 대함 미사일은 단 한 발로 남측 함정에 치명타를 줄 만큼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2차 연평해전 당시에도 남측 초계함들은 도주하는 북한 경비정을 쫓다 북한 사곶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유도탄정에 장착된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의 발사 레이더신호를 포착하고 추격을 포기했다. 북한은 스틱스와 실크웜 미사일은 물론이고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인 신형 미사일을 서해기지에 집중 배치해 놓았다.북한이 미사일 선제공격을 가해도 남한이 확전 위험 때문에 쉽사리 반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2월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NLL에서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 한국 함정을 선제공격한다면 발사지점을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힘들다. 군 고위소식통은 “북측은 남측이 확전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의 육상 기지와 미사일 발사 시설을 타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