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계약한 미국 뉴저지 주 콘도미니엄 ‘허드슨클럽’의 앞마당. 허드슨 강과 접해 있는 이 고급 아파트의 원소유주 중 한 명이 국내 대기업에 몸담았던 기업인의 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진짜 주인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뉴저지=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딸 노정연 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으로 계약한 미국 뉴저지 주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 400호의 원소유주 중 한 명이 국내 대기업 S 사 전 회장의 딸 K 씨인 것으로 알려져 진짜 주인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한국일보는 20일(현지 시간) 문제의 허드슨클럽 아파트를 2006년 7월 16일 중국계 여성 W 씨와 공동 매입한 K 씨가 대기업 S사 전 회장의 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저지 주 부동산 세금 관련 기록에 따르면 K 씨는 W 씨와 함께 웰스파고 은행으로부터 90만9000달러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받아 허드슨클럽 400호 아파트를 151만5000달러에 공동 매입했다. K 씨는 또 같은 단지 435호도 69만 달러에 매입했다.

K 씨는 9개월 후인 2007년 4월 25일 400호의 소유권을 W 씨에게 단돈 1달러에 넘겼다. 현재 이 아파트는 W 씨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K 씨가 소유권을 W 씨에게 1달러만 받고 넘긴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욕한국일보는 “이번 일(아파트 계약)에 관한 서류 작업을 도운 변호사 S 씨가 현재 잠적 상태에 있다”며 “그가 모든 키를 쥐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허드슨클럽 400호를 160만 달러에 매입하기 위해 현재까지 계약금 45만 달러만 낸 상태이며, 이 중 40만 달러는 2007년 6월과 9월 박 전 회장에게서 나눠 받은 100만 달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매매가의 70%를 2년 가까이 내지 않았는데도 계약이 깨지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뤄 40만 달러가 계약금이 아니라 최종 잔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노정연 씨는 2007년 9월 허드슨클럽 400호 매입 계약을 했지만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아파트 계약을 위한 돈의 출처와 진짜 주인을 파악하려는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검찰은 계약서를 넘겨받기 위해 W 씨와 접촉해 왔지만 W 씨는 “뉴욕에서 몇 시간 떨어진 장소에 보관해둔 계약서 사본을 찾지 못했다”며 계약서를 제시하지 않았다. W 씨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검찰은 이날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해 허드슨클럽 400호 계약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법무부에 넘겼다. 그러나 수사 공조의 경우 양국 법무부와 외교부를 통해야 하는 만큼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어 조기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