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노(盧)의 해명 2006년 9월 盧 회갑 주목 제3인물, 뭉칫돈 가능성도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자녀의 뉴욕 고급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40만달러를 더 대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100만달러 사용처' 제출을 준비해온 노무현 전 대통령측의 해명은 갈수록 꼬이면서 검찰은 내심 미소 짓고 있다. 이제 노 전 대통령 일가(一家)와 연관된 불법 자금이 과연 박 회장이 건넨 640만달러뿐이겠느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640만달러뿐일까?
노 전 대통령 딸 정연(34)씨가 미국 뉴저지주의 고급 아파트를 계약한 시점(2007년 5월)과 비슷한 시기(2007년 3~4월)에 국정원이 아들 건호(36)씨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100만~140만달러짜리 집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연 그 많은 집값을 어떻게 치르려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집 두채 값을 치르려면 필요한 돈은 최대 300만달러(약 37억원)이다.
우선 2008년 2월 박 회장에게 받은 500만달러로 잔금을 치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500만달러 중 200만달러 정도는 계좌에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500만달러 전달 문제가 처음 논의됐던 박연차·정상문·강금원씨의 '3자(者) 회동'은 시기적으로 집 물색보다 3~5개월 앞선다.
집 살 때는 자금 조달 플랜부터 세우는 게 상식이어서 500만달러는 집 구입자금과 별개일 가능성이 더 크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 '가문의 금고'가 박 회장 말고 또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조사결과 2007년에만 최소 16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 가족들 손을 거쳤다. 권양숙 여사는 박 회장에게 140만달러를 받기 전인 2007년 5월 정연씨와 건호씨에게 20만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자금 추적에서 드러났다. 정연씨는 이 돈으로 계약금(5만달러)을 치렀다. 이와 관련, 검찰은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이 아닌 '제 3의 인물'과 또 다른 뭉칫돈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당시 피아제(Piaget) 시계 세트를 선물했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도 회갑축하금 3만달러를 건넸다.
물론 현금에 '꼬리표'가 없는 이상 검찰 수사는 제한받을 수밖에 없고, 20만달러 정도는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저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액수다.
◆속속 드러나는'은폐'시도…꼬이는 해명
정연씨는 뉴욕 아파트 계약서를 찢었다고 11일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계약서를 찢은 시점이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라고 추정한다.
건호씨도 2008년 2월 받은 박 회장 돈 500만달러로 벌였던 사업체 지분을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 조사 착수(7월 말) 이후 서둘러 정리하려 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사업가로 변신하려 했던 건호씨는 그해 10월 원래 다니던 대기업에 복직했다.
권 여사 역시 박 회장에게 받은 3억원을 "빚 갚는 데 썼다"고 했다가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차명계좌에 숨겨놓고 있던 사실을 검찰이 밝혀내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의 이런 행동이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40만달러' 부분이 추가로 공개된 후에도 "검찰이 의심할 만하지만 40만달러는 2007년 6월 받은 100만달러의 일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문 전 실장도 전모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며 "40만달러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서면 진술서를 포함한 기존 진술을 번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