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설]‘구속 사유’ 스스로 보태는 노무현 一家 (동아일보) | ||
---|---|---|---|
글쓴이 | 동아일보 | 등록일 | 2009-05-16 |
출처 | 동아일보 | 조회수 | 1247 |
다음은 동아일보 http://www.donga.com 에 있는
사설입니다.
분야 : 피플/칼럼 2009.5.15(금) 02:56 편집 |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금품과 관련 증거들을 폐기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뢰(受賂) 혐의에 관한 해명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어떻게든 처벌을 모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씨가 박연차 씨에게서 받은 한 개 1억 원짜리 스위스제 피아제 보석시계 두 개를 수사가 본격화한 작년 말에 버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시계가 없어졌다고 해서 수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수뢰혐의의 중요한 증거물임에는 틀림없다. 딸 노정연 씨 부부는 미국 뉴저지에서 160만 달러짜리 주택을 사기 위해 선(先)계약금 5만 달러를 지불하고 작성한 계약서를 올해 초 찢어버렸다고 한다. 모두 불리한 증거를 없앴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권 씨는 박 씨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를 처음엔 “빚 갚는 데 썼다”고 했다가 검찰 수사에서 자녀들에게 송금한 사실이 기록을 통해 밝혀지자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노정연 씨가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자 “100만 달러에 포함된 금액”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40만 달러는 100만 달러와는 별도로 받은 돈”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미루며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인과 아들딸이 모두 거액의 금품을 받았고,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심부름을 했는데도 대통령만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는 넓다”고 변명했다지만 부부가 따로 살았던 적은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법률 지식을 이용해 ‘뇌물죄’를 모면하기에 급급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있는 피고인이 주거 부정,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가 있으면 구속할 수 있다.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도 고려한다. 노 전 대통령 일가(一家)의 수뢰액은 이미 밝혀진 것만도 70억∼80억 원에 이른다.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9∼12년 징역형에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행태를 보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이미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 스스로 ‘구속 사유’를 보태고 있는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그보다 혐의가 가벼우면서도 이미 구속된 다른 공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서 밝혀진 혐의와 증거를 바탕으로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정치적 고려가 법에 우선하면 법의 지배를 통한 권력형 비리 척결도 이루어질 수 없고, 국가 선진화의 길도 멀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