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서 2006년 9월 회갑 선물로 받은 개당 1억원짜리 피아제(Piaget) 시계 2개를 "봉하마을 집 근처에 버린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검찰에 출두한 노 전 대통령은 "피아제 시계를 갖고 있느냐"고 수사검사가 묻자 "올해 초 집(권양숙 여사)에서 봉하마을(노 전 대통령 거주지) 어딘가에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사가 다시 "정확하게 어디에 버렸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그건 집에 물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내용이 알려지면서 검찰 관계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궤변 중의 궤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석까지 박힌 값비싼 시계를 내다버렸다는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지만 만약 진술이 맞다고 하면 3년간 보관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없애버린 것이기 때문에 증거 인멸을 시도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말실수로 하지 않아도 될 국세청장 인사 청탁을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건평씨는 재판에서 "박연차씨의 부탁을 받고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국세청장이 될 수 있도록 청탁한 사실을 왜 밝혔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게 설명이 곤란한데 검사와 대화하다 그냥 즉흥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사건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받을 때 검사가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자 불쑥 '비밀'을 털어놓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