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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박연차 "털어놓으시죠"… 노(盧) "나도 곧 파란 옷 입지 않겠습니까"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9-05-02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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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털어놓으시죠"… 노(盧) "나도 곧 파란



옷 입지 않겠습니까"

 

 

  • 입력 : 2009.05.02 02:59

'20년 지기(知己)' 특별조사실서 1~2분 짧은 만남


검(檢), 100만달러 사용처 묻자


노(盧) "집에 물어봐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3번째 재직 중 비리혐의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시간의 조사시간 동안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했다고 한다.

대검 청사에 출두할 때와 귀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취임 초인 2003년 3월 검사들과 벌인 '검사와의 대화'에서 임기응변과 능수능란한 화술로 검사들을 압도하던 '토론의 달인'을 연상했던 검찰관계자들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1120호 특별조사실의 '노무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도 곧 '파란 옷' 입지 않겠느냐"

노 전 대통령은 30일 밤 11시20분, '둘도 없는 후원자'에서 '비극적인 운명의 상대'로 변해버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만났다. 1~2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파란색 수의(囚衣) 차림으로 조사실에 들어온 박 회장을 보자, 의자에서 일어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각각 뒷짐을 지고 선 채로 대화를 나눴다.

박 회장이 먼저 "우리가 20년 넘는 지기(知己)인데 대질까지 해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사실을 말할 용의가 있으니, 대통령께서도 사실대로 털어놓으시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대질신문은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라고 말을 받으면서, "저도 곧 박 회장님처럼 '파란 옷'을 입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인 박 회장이 입고 있던 수의를 지칭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자유로워지면 만납시다"라고,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건강 유의하십시오"라는 안부인사도 서로 교환했다고 한다.

"집에 물어봐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모른다"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검사의 신문에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에서 나온 답변들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가끔 사용한 말이 또 있었는데, 바로 "집(권양숙 여사)에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 회장이 2007년 6월 말 건넨 100만달러의 사용처 및 돈 전달 경위, 노 전 대통령 부부가 하나에 1억원짜리 명품 피아제(Piaget) 시계 세트를 회갑선물로 받은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에 대해, 검찰 출두 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의 집(권 여사 지칭)이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인규 중수부장 "고생하셨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노 전 대통령과 녹차를 나누며 조사에 성실히 임해달라고 부탁했던 이인규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하기 직전인 1일 오전 2시10분쯤 1120호 특별조사실로 올라와,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고생하셨다"고 응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사 도중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입에 물었지만, 검사 앞에서 조사받을 때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일이 없었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80여쪽에 달하고, 노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자구(字句) 하나하나씩 꼼꼼히 검토를 하면서, '조서 검토'에만 무려 3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