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500만달러를 송금하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500만달러의 투자계획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 컴퓨터를 청와대 제1부속실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국일보가 29일 보도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통령의 사적 업무를 처리하는 1부속실로 노트북이 전달된 점 등으로 미뤄 노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 송금 및 투자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지난해 2월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오르고스 사무실에서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택배로 청와대 제1부속실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 오르고스와 택배 업체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오르고스는 500만달러 중 일부가 투자된 곳으로 건호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다. 오르고스 관계자는 검찰에서 “건호씨가 노트북을 주면서 청와대에 전해달라고 해 택배로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검찰은 노트북에 500만달러 유치 및 투자 계획 등과 관련된 자료가 저장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시 노트북을 건네받은 1부속실 직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노트북을 “퇴임 후에야 500만달러 송금 사실을 알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을 뒤집을 핵심 증거로 보고있다.
검찰은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서 캐물을 내용이 많아 필요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자정 이후까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준비한 신문 문항이 300여 개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