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盧)에 적용하는 포괄적 뇌물죄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포괄적 뇌물 수수죄'다.
법률로 정해진 죄명은 아니지만, 형법상 '뇌물죄'를 폭넓게 해석한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면서 검찰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무원의 뇌물수수죄'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아야 성립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 직무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구체적 청탁이나 명백한 대가가 없더라도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 취지다.
이 판례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처음 확립됐다. 전·노 대통령측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수천억원이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로 받은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통령은 광범위하게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뇌물죄를 인정했다.
곧이어 터진 한보그룹 사태 당시, 한보그룹에서 2억5000만원을 받은 권노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에 대해서도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됐다. 권 전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면서 한보그룹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1997년 12월 대법원은 "청탁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포괄적 대가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001년 대법원은 한보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상현 전 의원에 대해서는 "돈을 받았지만 정치자금 성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당시 "포괄적 청탁이 있었다거나, 편의를 봐준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대통령에 비해선 직무권한이 좁기 때문에, 무조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600만달러는 박 회장이 지난 정권 당시 받았던 각종 혜택에 대한 포괄적인 대가로 보고 있다. 공무원은 받은 뇌물 금액이 1억원이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판사가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깎는 '작량 감경'을 하더라도 최소 5년의 실형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