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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경찰
누구 돈이었기에… 정상문(전(前) 청와대 비서
관)씨, 비자금 만들어놓고 원금은 손안대
박연차에 받은 현금 3억원 CD로 바꿨다 계좌에 입금 노(盧) 전(前)대통령 알았는지
수사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까지 은닉·관리해온 뭉칫돈 13억원 가운데 10억원이 현직시절 청와대 예산을 횡령한 돈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돈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조사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청와대서 빼돌린 공금 세탁
정상문씨는 횡령한 청와대 예산을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뇌물과 섞어서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말했다. 정씨는 2003년 여러 차례에 걸쳐 청와대 예산 10억원을 빼돌렸고, 지인 2~3명 이름으로 개설한 차명계좌로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무기명 채권을 샀다가 팔아서 다시 다른 계좌로 집어넣는 등 전형적인 돈세탁이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은 또 정씨가 2006년 8월 서울역에서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현금 3억원도 양도성예금증서(CD)로 바꿨다가 차명계좌에 넣은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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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과 관련 있나?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관리·재무·행정업무, 국유재산과 시설관리, 경내 행사를 담당하면서 700억원에 이르는 청와대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는 일단 정씨 개인비리 쪽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검찰이 20일 정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수사의 무게중심은 노 전 대통령 쪽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정씨가 세탁한 돈이 사실상 고스란히 계좌에 남아 있었던 점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자기 돈이라면 꺼내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자만 일부 꺼내 썼을 뿐, 원금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씨가 그 돈을 치밀하게 세탁해놓고도 손대지 않은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씨가 그 돈으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씨는 2007년 8월 강금원·박연차씨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지원방법을 논의한 3자 회동에도 참석했었다.
검찰은 정씨가 빼돌린 청와대 예산이 대통령 업무와 관련이 있는 항목이라는 점도 확인, 정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도 이 문제를 알았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문 구하기'나선 이유 또 있었나
검찰은 차명계좌에 보관됐던 박연차 회장 돈 3억원에 대해 정씨와 권양숙 여사가 말을 맞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하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씨는 당초 3억원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권 여사도 정씨에 대한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지난 9일 재판부에 같은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팩스로 보냈다. 하지만 그 돈은 정씨의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두 사람의 말 맞추기 시도도 무산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이 조직적으로 '정상문 구하기'에 나선 이유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씨가 사법처리되는 상황을 막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정씨 구속으로 인해 횡령자금이 세탁돼 보관됐던 '차명계좌들'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