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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검찰, 노(盧) 전(前)대통령 다음주 소환 영장 청/ 다른 기사들 (조선일보)
글쓴이 조선일보 등록일 2009-04-17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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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종합

검찰, 노(盧) 전(前)대통령 다음주 소환 영장 청


 

 

 

        입력 : 2009.04.17 04:35

 

"600만달러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증거 많아"


정대근씨, 노(盧)회갑때 권여사에게 3만달러 전달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는 직무와 관련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다음주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박연차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36)씨, 부인 권양숙 여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600만달러 수수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들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됐으며, 검찰로서는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수뇌부의 의견"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할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구속)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회갑을 앞두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미화 3만달러를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 이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는지를 확인 중이다.

정 전 회장은 현대차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6년 5월 구속됐으나, 그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였다.

盧소환 앞두고 급박한 봉하마을 1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 으며 사저를 나서고 있다. 이날 문 전 실장은 이곳에 5시간 50분가량 머물렀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검찰은 또 박 회장이 연철호(36)씨에게 2008년 2월 송금한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를 넘겨받은 회사인 '엘리쉬&파트너스'가 노 전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씨 소유의 회사에 25만달러를 투자한 사실도 확인했다. 엘리쉬&파트너스는 노 전 대통령 장남인 건호(36)씨가 대주주인 회사다. 박연차 회장은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아들과 조카사위를 도와주라'고 해서 준 돈"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한편 이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을 영등포 교도소로 이감시킨 뒤 소환해서, 그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돕겠다며 만든 ㈜봉화를 둘러싼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봉화에 출자한 70억원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 사저(私邸) 건축 자금 등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강 회장과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앞둔 2007년 7월 모여서 재단 설립 재원(財源) 마련 문제를 논의했다는 이른바 '3자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함께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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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원·검찰·경찰

검찰 "노(盧) 전(前)대통령 못 빠져나갈 포위벽


구축"

 

 

  • 입력 : 2009.04.17 04:35

 

'600만달러=뇌물' 증거 축적 부인·아들·처남·조카사위…

눈먼 돈으로 돈잔치했는데 노(盧) 전(前) 대통령만 몰랐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한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얘기다.

지난주부터 쉴새 없이 몰아치던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듯한 양상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이 빠져나갈 수 없는 포위벽을 구축 중이라고 검찰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노 전 대통령 일가(一家)가 박연차 회장 등에게 받은 뭉칫돈의 행방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탁에 따라 2008년 2월 박 회장이 건넸다고 진술한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36)씨와 처남(건호씨 외삼촌) 권기문씨가 대주주인 회사에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수사과정에서 정대근 전 농협 회장(구속)이 권양숙 여사에게 3만달러를 건넨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때문에 부인과 아들, 처남에 조카사위까지 눈먼 돈을 받아 돈 잔치를 벌인 상황에서, "어떻게 노 전 대통령만 이를 새까맣게 모를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前)대통령 아들, 다시 검찰로 16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재소환되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검찰 "벽돌 쌓는 중"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16일 "우리는 지금 벽돌을 하나씩 쌓아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진술을 입증할 정황증거들을 차곡차곡 축적해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일전(一戰)은 물론, 법원의 구속여부 판단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돈 사용처 조사와 함께 뇌물죄 구성에 필요한 대가 관계 부분 정황증거들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특히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박 회장 측과 여러 차례 의논한 단서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총무비서관으로서 한 일'이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정씨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기보다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그 뜻을 전달하는 '청와대 집사'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만 몰랐다?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에 수십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받아썼다.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축하금으로 정대근 전 회장에게 2006년 3만달러를 받았고, 같은 해 8월엔 박 회장에게 3억원을 얻어 썼다.

또 이듬해인 2007년 6월 말엔 노 전 대통령이 퇴근해 있던 청와대 관저로 박 회장에게서 100만달러 돈가방이 배달됐다. 퇴임을 즈음해 전달된 500만달러는 아들과 조카사위, 처남이 나눠 썼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한결같이 "나는 몰랐다"고 하고 있다.

가족들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서 뭉칫돈들을 받고, 또 썼는데도 가장(家長)은 몰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는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하려는 노 전 대통령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연철호(36)씨가 박 회장 돈 500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퇴임 후인 지난해 3월 알았다"고 한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500만달러 중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대주주인 '엘리쉬&파트너스'사에 들어간 300만달러와, 여기서 권기문씨 회사로 재투자된 25만달러는 지난해 3월 이후에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건호씨가 돈 받은 것을 몰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3월에 알았다'고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측은 건호씨의 지분 보유사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야, "지분이 있었는데 정리했다"고 했지만, 지분 보유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는 밝히지 않기도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미 2007년 12월부터 '500만 달러 문제'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로 미뤄볼 때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야 건호씨가 대주주로 있던 회사에 돈이 들어간 것도 나중에 문제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계산 때문이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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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ㆍ사고

"노(盧)대통령 회갑 선물 꼭 해야한다"

 

  • 입력 : 2009.04.17 04:35 / 수정 : 2009.04.17 04:40

 

정대근 전(前) 농협 회장,


2006년 9월 정상문 전(前)비서관 만나 밝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1000만원), 민주당 이광재 의원(3만달러) 외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3만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정대근 리스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 전 회장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세종캐피탈측에서 50억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휴켐스 매각에 대한 대가로 25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 전 회장의 로비 금액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축하금으로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3만달러를 전달한 것은 지난 2006년 9월 무렵이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정 전 비서관을 접촉해 "대통령 회갑 선물을 꼭 해야 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일인 2006년 9월 27일, 당시 언론들은 '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축하 오찬을 가진 뒤 가족들끼리 만찬을 갖는 등 조촐한 회갑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보좌진은 8폭 병풍을, 국무위원들은 사방탁자(四方卓子)를 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2006년 9월이면,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측으로부터 40억원을 받은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검찰은 3만달러의 출처가 정 전 회장이 수수한 뇌물 중 일부일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이처럼 정 전 회장이 지난 정권의 최상층부에 금품을 전달한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그가 노(盧) 정권 실세들을 돈으로 광범위하게 관리했다는 의혹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권 출범 이후 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사돈이자 농협 출신인 배병렬씨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을 처음 소개받는 자리에서 돈 봉투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5월 정 전 회장의 '현대차 뇌물수수 사건'을 진행했던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농협 회장으로만 알았는데 그 위세가 대단해 깜짝 놀랐다"며 "청와대 등 여러 곳에서 정 전 회장이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정치인들이 내게 부탁할 위치이지 내가 부탁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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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원·검찰·경찰

'피의자 노무현' 2건 더 있다

 

  • 입력 : 2009.04.17 04:35
 

'e지원' 국가기밀 반출 고(故) 남상국 사장 명예훼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외에 다른 2건의 사건으로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7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고발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청와대 업무지원 프로그램인 'e지원'을 설치해 국가기록물을 반출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함께 고발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조사는 모두 끝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만 남았다.

검찰은 작년 말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결론을 내려 했지만 그의 형인 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비리'사건으로 구속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 조사를 미뤘다. 검찰은 "처벌 여부는 노 전 대통령 조사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작년 12월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이기도 하다.

남 전 사장은 2004년 3월 당시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좋은 학교 나오시고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직후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남 전 사장의 부인 김선옥(58)씨 등 유족들은 고소인 자격으로 지난 1월 조사를 받았고, 최근에는 수사 촉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사건 역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 다른 두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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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천석 칼럼

[강천석 칼럼] '노 변호사', '노 전 대통령'으로


돌아가세요

 

  • 강천석·주필(主筆)

 

입력 : 2009.04.16 19:48 / 수정 : 2009.04.17 05:02

강천석·주필(主筆)

 

"'바보 노무현' 믿었던 지지자들 '약은 모습'에 상처받아
'부끄럽고 민망하고 구차스러워'하는 국민 심정부터 헤아려야"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드라마'도 이제 대단원(大團圓)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음 주에는 노 전 대통령 본인이 검찰에 출두한다고 한다. 엊그제까지 겹겹 경호를 받던 대통령 가족이 한 사람씩 소환돼 조사를 받고, 그 모습이 연일 신문과 TV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건 보통 괴롭고 무참한 일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날을 생각하면 벌써 아찔하다. '전 대한민국 대통령이 TV 카메라가 숲을 이룬 틈새를 비집고 검찰청사로 들어가 장시간 조사를 받고 자정 무렵 초췌한 얼굴로 되돌아 나온다… TV는 이 장면을 세계의 안방에 퍼 나른다… 각국 TV는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로 대한민국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뇌물 등의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대한민국에선 이런 일이 지난 15년 사이 3번이나 벌어졌다고 보도한다… 뉴스를 듣던 파란 눈의 소년 소녀가 부모에게 저 나라가 어디 있는 나라냐고 묻는다… 멈칫하던 부모는 우리 집 자동차가 저 나라 회사 제품이야, 너희가 쓰는 휴대폰도 저 나라 회사가 만든 거고, 월드컵 축구 때 저 나라 팀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혼내줬단다…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고 구차스럽다' 했다. 세계를 대하는 대한민국 국민 마음이 꼭 그대로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 언론의 특파원들도 우리들의 이런 난감한 심정을 손금 읽듯 읽고 있다. '한국 대통령은 왜 이러느냐' '대통령 가족과 이권 청탁자들의 접촉을 감시할 수단이 그렇게 없느냐' '왜 대한민국 검찰은 정권이 끝나야 그 정권의 부패에 칼을 대느냐'는 난처한 질문을 줄줄이 물어왔을 텐데 이상스러울 정도로 잠잠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활용할 줄 아는 재주와 감각 덕분에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장인의 남로당 전력과 6·25 전쟁 시기의 행적을 묻자 "그럼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되받아 국민을 단번에 자기편으로 돌려놓았다. 선거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되풀이해 국회의 탄핵결의를 불러오더니 다수당과 기득권 세력의 탄압을 받는 불쌍한 대통령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함으로써 일거에 총선 판도를 뒤바꿔 놓기도 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4각 링에서 로프 반동을 이용해 비호(飛虎)처럼 뛰어올라 상대 급소에 하이킥을 날리는 프로레슬러를 연상케 했다. 정치 본능이 꿈틀대는 '정치적 야수(野獸)'였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이 생애 최대의 위기와 마주친 절체절명의 순간에 약고 영악한 '노 변호사'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국민들은 요즘 세계가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 안방 탁자 위에 놓인 100달러짜리 100장씩을 묶은 100개의 달러 다발이 든 검은 가방을 지켜보고 있는 듯해 귀밑이 붉어진다. 이 더러운 사건을 창자 속까지 샅샅이 훑고 털어봤으면 싶다. 그런가 하면 이 부끄러운 장면이 1분 1초라도 빨리 흘러가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솟기도 한다. 이 모순된 두 감정이 국민 가슴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판에 '노 변호사'는 "아내가 한 일이라 난 모른다. 사실대로 가자. 중요한 건 증거"라고 버티고 있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판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르다.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는 논리까지 장만했다. 그리고 '노 변호사 사모님'은 "100만달러는 내가 빚을 갚으려고 빌렸다. 남편은 모른다. 그 빚이 무엇인지, 왜 달러로 빌렸는지는 말 못한다. 검찰이 수사해 봐라"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버티면 검찰이 적용하려는 형법 제 몇조의 무슨 죄목(罪目)을 피해갈 수 있으리라고 계산했는지 모른다. 그 계산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변호사는 뭔가 잘못 짚고 있다. 국민은 증거를 찾는 게 아니라 진실을 찾고 있다. '노 변호사'가 직접 100만달러를 달라 했으면 국민의 실망과 배신감이 커지고, 부인이 그랬다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이 상황 속에서도 도덕적 책임과 범죄를 저울 양편에 올려놓고 재고 있는 모습이 더 낯뜨겁다. 어느 경우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달라지지 않는다.

옛 지지자들은 오히려 부인이 한 일이라 자신은 몰랐다는 '바보 노무현'의 달라진 모습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몰랐을 리 있겠는가.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집사람 전화에 누가 100만달러를 싸들고 오겠는가" 하며 칼끝을 자기 몸으로 막고 나서야 한다. 한발 한발 아들 곁으로 다가서는 500만달러 문제도 본인 가슴으로 받아야 한다. 그게 노무현을 '바보'로 믿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노무현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