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북핵-미사일 원점… 6자회담 5년7개월 만에 최대위기 (동아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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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일보 | 등록일 | 2009-04-15 |
출처 | 동아일보, AP | 조회수 | 17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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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9.4.15(수) 03:05 편집 |
대화 대신 대결 택한 北, 또 다른 도박카드 꺼내나
한국 PSI 참여 맞서 서해도발-국지전 가능성
국제사회 압박 거세지면 추가 핵실험 할 수도
中에 ‘의장성명’ 불만 표시… 中 “차분히 대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자 북한이 북핵 6자회담 거부를 선언하고 핵 시설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초강경 대응’으로 정면대결에 나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공언하고 나섬으로써 국제사회와 북한 간에는 당분간 팽팽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물론이고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등 북한을 압박하는 각종 카드도 한꺼번에 던져진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장거리 로켓 카드를 꺼냈던 북한으로서는 일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또 다른 도박판을 벌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핵 폐기 노력 수포로 돌아가나=북한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즉각 6자회담을 거부했다. 나아가 핵시설 가동 재개 의사까지 밝혀 활용 가능한 카드를 대부분 꺼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던 2005년 2월에도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처럼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이 5년 7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북한의 6자회담 거부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대한 불만 표현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교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친선의 해’로 설정했으면서도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선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인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무엇보다 미국을 향한 양자 대화 촉구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에서 안보리와 일본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강한 어조로 반발했지만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맞는다고 생각되면 다시 6자회담 틀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궁극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억류된 여기자 귀환 문제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은?=당분간 북한이 6자회담 거부라는 카드를 접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위기감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PSI 가입에 대응해 서해에서의 도발 등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며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면 추가 핵실험이라는 카드로 대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카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흐트러진 내부 체제를 추스르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예상 외로 단호한 모습으로 단합해 의장성명을 내자 북한은 더 강경한 대응으로 맞섰다. 그래야 로켓 발사를 강행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미사일 추가 발사 움직임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날 ‘국제법에 근거한 우주이용권’을 언급한 것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2월에 “통신, 자원탐사, 기상예보를 위한 실용위성을 계속 쏘겠다”고 예고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핵시설 복구는 어떻게 하나=북한은 2007년 10·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진행해왔다. 6자회담에서 합의된 11개 조치 가운데 5MW 실험용 원자로 및 핵 연료봉 제조공장의 불능화를 비롯한 8개 조치를 완료했고 폐연료봉 인출 등 3개 조치만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과정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시설을 원상 복구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까지는 길어도 1년이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처리시설은 1∼2개월 만에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북핵 폐기의 과정을 되돌리지 않기 위해선 몇 달 안에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 “6자회담 지속돼야”=중국과 러시아, 일본은 북한이 6자회담 거부와 합의 파기를 선언한 데 대해 “6자회담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은 ‘그 어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2006년 당시 안보리 결의를 따라야 한다”며 6자회담 참여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북한의 결정은 유감스러운 것이며 북한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중단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재개를 지지하면서도 당사국들이 ‘예민한’ 반응은 삼가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러시아와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과 협의하기 위해서 당사국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안보리 결의나 제재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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