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엔 "500만달러·건호 무관"
수사진행되자 노(盧)측 말 바뀌어
박연차 회장이 비자금 계좌에서 꺼내 연철호(36)씨에게 2008년 2월 송금했다는 500만달러의 수혜자는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36)씨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5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건호씨가 대주주였던 '엘리쉬&파트너스'라는 회사로 들어갔고, 200만달러만 연씨 소유의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초 500만달러를 "조카사위가 받은 '특별히 호의적인 투자'"라고 했고, 연씨도 자신이 투자받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실제 돈의 수혜자는 건호씨였고 연씨는 동업자 혹은 자금관리자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엘리쉬&파트너스는 자본금이 1억원가량으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처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를 근거지로 설립됐다. 연씨는 지난해 4월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서 서울에 경영자문 컨설팅 업체인 '엘리쉬 인베스트먼트'를 세웠는데, 이 회사는 엘리쉬&파트너스의 국내사무소 격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전화번호조차 없고, 직원도 연씨를 포함해 단 두명뿐인 회사다.
검찰은 건호씨와 연씨가 박 회장에게 당초 500만달러를 받을 때부터 '투자금 분배'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자금 흐름대로라면, 500만달러는 '6(건호씨) 대 4(연씨)'로 나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배 비율로 봐서는 이른바 '투자'를 주도한 사람은 연씨가 아니라 건호씨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호씨는 박 회장이 이 돈을 요구받았다는 시점인 2007년 12월과 돈이 송금된 2008년 2월에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1973년생 동갑내기인 건호씨와 연씨는 '노무현 패밀리' 가운데서도 "신혼여행에 함께 갈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대기업 직원에서 창투사 직원으로 변신한 연씨와, 대기업을 휴직하고 MBA 학위취득을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난 건호씨는 관심사도 비슷했다. 건호씨 스스로 "창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고, 사업 파트너로 염두에 둔 것이 바로 연씨였다. 건호씨는 "철호(연씨)에게 박연차 회장을 본받자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건호씨의 지분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보유했던 것은 맞지만 미국으로 돌아갈 때 정리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당초 "500만달러는 건호씨와 상관없다"고 했었는데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말이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