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에 유학중인 아들 건호씨의 집을 사주기 위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KBS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음주 중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KBS는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박연차 회장은 지난 2007년 6월25일쯤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노 대통령이 곧 전화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뒤 곧이어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화로 “미국에 있는 아들 집을 사주려고 하는데 6월29일까지 100만달러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진술이다.
박 회장은 "돈을 보내 달라는 날짜가 너무 촉박해 태광실업 직원 130여 명을 동원해 무리하게 환전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다”고 말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돈을 받은 바로 다음날, 부인 권양숙 여사와 과테말라 순방길에 올라 미국 시애틀을 방문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아들 건호 씨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체적인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시애틀 총영사를 지낸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 권모씨를 13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2007년 당시 미국 시애틀 총영사를 지낸 권모씨가 100만달러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특히 권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노건호씨에게 100만 달러를 전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차 시애틀을 경유할 당시 권씨에게 이 돈을 건넸고, 나중에 노건호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권씨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100만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답변해야 할 때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미국에서 노건호씨의 경호를 담당했던 이모 청와대 경호관도 소환해 노씨의 당시 일정 등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노건호씨와 주변 지인 명의로 된 미국 전역의 부동산 구입 내역을 확보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고 KBS는 보도했다. 검찰은 미국 현지에 노건호씨 명의의 주택이 있는지 조사했으나 발견하지 못해 주변사람의 명의를 빌려 집을 샀는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00만 달러의 용처와 관련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대로 다음 주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KBS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