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3단에 '결정적 결함'
북한의 대포동 2호 로켓은 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했을까. 상세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정확한 진단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해 볼 때 3단 로켓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5일 발사한 로켓의 1단은 발사장인 함북 무수단리로부터 약 500㎞, 2·3단은 3200㎞쯤 떨어진 곳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정주 박사는 "2·3단이 분리되지 않았거나 분리됐지만 3단이 제대로 점화하지 못한 게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3단 로켓이 다 타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초속 8㎞ 정도의 속도가 된다. 2단 로켓만 타면 초속 2~3㎞가 부족하다. 결국 3단 로켓이 위성 궤도 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박정주 박사는 "2단 연소 후 3단과 연결하는 볼트가 폭발하면서 끊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2·3단 로켓이 함께 추락하게 된다"고 했다.
분리는 됐지만 3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아도 2단과 거의 같은 지점에 추락할 수 있다. 한 위성 전문가는 "3단은 1·2단과 달리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데, 고도 100㎞ 이상의 온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고체 연료에 불을 붙이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KSLV 개발 과정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것이 추진기의 점화나 연소, 단 분리 문제다. 로켓에서 가장 고장이 많은 곳도 추진기나 단 분리 장치이다. 특히 3단은 보통 무게가 1t에 달하는데 이 정도 무게의 로켓을 분리하는 기술이 발사체 제작의 주요 난(難)기술 중 하나이다. 박정주 박사는 "KSLV 개발과정에서도 로켓 연소 실험과 함께 여러 단이 결합된 로켓을 공중에 매달아놓고 단 분리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단 분리의 핵심인 폭발 볼트는 북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 부품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출 금지 품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박사는 "폭발 볼트 하나의 결함도 로켓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3단에 비해 1·2단 로켓의 결함은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1단 낙하 지점을 예보하면서 전후 75㎞, 2단 낙하지점에 대해선 전후 400㎞의 오차를 설정했다. 조광래 박사는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 오차를 두는데 (실제 낙하지점은) 1단의 경우 (오차) 범위를 약간 넘어서고 2단은 오차 한계 끝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과학 분야를 전공하는 한 교수는 "목적이 인공위성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이라면 2·3단 분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탄도미사일 중에는 2단에 핵탄두를 비롯한 폭발물을 탑재해 바로 목표 지점에 떨어지는 것도 있다는 것. 결국 2·3단 분리 기술은 인공위성 발사체에서는 핵심 기술이지만, 탄도미사일에는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