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런던 엑셀센터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력했다.
세계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 중국 등 3개 중심축이 서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의에서 소외된 중진국과 후진국들의 '대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내년도 G20 의장국임을 감안, 다섯 차례에 걸친 세션과 식사 때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 ▲ 2일 런던 G20 세계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명박 대통령,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압둘라 사우디 국왕,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브라운 영국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칼데로 멕시코 대통령,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가운데 줄 왼쪽부터 바호주 EU집행위원장, 싱 인도 총리, 에르도안 터키 총리, 오바마 미국 대통령,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모를란테 남아공 대통령, 발케넨대 네덜란드 총리,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뒷줄 왼쪽부터 칸 IMF 총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라미 WTO 사무총장, 아피시트 태국 총리,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멜레스 에티오피아 총리, 러드 호주 총리, 아소 일본 총리, 토폴라넥 EC의장, 드라기 FSF 의장, 졸릭 세계은행 총재./런던=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이 대통령은 "작년 11월 1차 G20 정상회의 때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0.5%에서 -1%로 햐향 조정됐다. 이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도자들은 세계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상들 간의 논의가 구체적 합의로 이어져야 지금 이 시각 세계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서 "개발도상국들에 희망은 경기진작"이라고 했다.
그는 "먼저 지금 상황에서는 선제적이고 단호한 경기진작으로 세계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부실자산 처리 문제와 보호주의 배격, (바하마 등) 조세회피지역에 대한 관리, 국제 금융 기구 개혁, 신흥국가에 유동성을 확대하고 구역금융을 지원하는 문제 등을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부실 금융자산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IMF 위기 극복 경험을 예로 들면서 ▲정부 주도 해결 ▲주주, 금융기관 종사자, 자산 소유자 등 사이의 공평한 비용분담 ▲민영화 계획 등 출구 계획 동시 발표 ▲부실 자산에 대한 사후 가격 산정 등 4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사례에서 보듯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낳아 결국 위기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분기별 또는 정기적으로 각국이 무역이나 금융보호주의 원칙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나라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3차 G20 금융정상회의가 언제 어디서 열릴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앞으로도 G20 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세계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한국의 기여 수준을 높여나간다는 게 이 대통령의 각오"라고 했다.
입력 : 2009.04.03 03:25 / 수정 : 2009.04.03 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