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 낸 두 정상
美 "FTA 진전" 강한 의지 원안 통과나 추가협상할 듯
한국에 아프간 지원 요청 국내에서는 논란 될 수도
오바마 "北 모욕적 비난에도 李대통령은 늘 침착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런던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4가지 주요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문제에 대해 먼저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줬다. 한국측이 이번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측에 FTA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것인지 조심스레 타진하자, 미국측이 'OK' 사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미 FTA를 어떻게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원안 통과 또는 재협상이 아닌 추가 협상 가능성 등을 점쳤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간부들이 인사 청문회를 거쳐 자리를 잡는 대로 양국 간 실무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을 이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했다. 양국이 그동안 물밑에서 조심스레 거론했던 '뜨거운 감자'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파병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공조와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응하겠다"면서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미래 지향적 발전 방향에 대해 한국측의 기대 이상으로 강한 의욕을 보여줬다고 청와대는 반겼다. 양국은 부시 전임 행정부에서 합의한 양국 간 '21세기 전략동맹'을 문서 형태로 구체화하는 한미동맹 미래비전 수립 작업에도 한층 속도를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주요 대화록이다.
◆한미 동맹
오바마 대통령= "이 대통령의 영어만큼 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죄송하다. 이 대통령이 한국 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한미 간의 오랜 우정과 파트너십이 일관성 있게 강화돼 왔다. 주한미군이 2만8500명으로 유지되는 것이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으로 일하는 한 한미 동맹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대통령= "미국은 지구 상에서 한국에 가장 가까운 동맹이다.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에도 미래지향적 동맹 관계로서 협조해 나가겠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들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북한 문제
오바마 대통령= "우리의 공통 목표는 북핵 프로그램을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 미사일, 핵확산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없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인 양자관계를 원하고 있으나, 북한이 한미 간의 오랜 동맹관계에 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항상 투명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한국과 해 나갈 것이다. 북한이 아주 모욕적인 비난을 하고 있는데도 이 대통령이 침착하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이 대통령= "(북한 미사일 문제는) 유엔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 후 적절한 기회에 6자회담을 열어 대화와 압박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미 FTA
오바마 대통령= "이 대통령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잘 알고 있다. 양국 통상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이 문제(FTA)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앞으로 잘 협력해 나가고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자."
이 대통령= "한미 FTA는 경제적인 관점뿐 아니라 동맹 관계의 강화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6월 정상회담 때 본격적으로 논의하자."
◆아프간·파키스탄 지원
오바마 대통령= "최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에 대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국제 사회가 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그간 한국의 민간차원 등 여러 가지 지원에 감사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발표)
이 대통령= "(예멘의 관광객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테러는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의료봉사단과 직업훈련 요원 등이 (아프간에서) 활동하고 있고 경찰 요원이 출발할 예정이다. 앞으로 협의를 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