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가 얼마만 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G20 정상들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해법은 제각각이어서 난항이 예고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다가 유럽 등의 반발에 부닥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강력한 국제 금융감독기관 신설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G20 회의장에서 퇴장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제한된 합의는 가능할 듯=AP통신은 1일 “각국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자금 확충이나 헤지 펀드 감독 강화, 조세 피난처 규제 확대 등 제한된 공동 목표에는 합의할 전망이지만 더 폭넓은 문제에는 최선을 바라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 “G20 정상들은 런던 회의를 앞두고 무역장벽 철폐를 주문하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G20 정상들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보호주의 확산 방지를 공약했으나, 이후 17개국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어 공허한 약속이 됐기 때문이다. 마이크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보좌관은 “(30년대)대공황은 국제 공조가 없어 확산됐다”며 “각국 정부마다 재정과 금융정책 통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선 공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G20 정상들에게 “가난한 나라의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자 나라에서는 보너스 지급이 논란이 되지만 아프리카·남아시아·남미에서는 먹을 것을 놓고 투쟁을 벌인다”고 꼬집었다.
◆경기 부양 vs. 금융 규제=미국과 유럽은 경제위기 해법에서도 시각차가 분명하다. 미국은 경기 부양이 급선무라고 보는 반면 유럽은 무절제한 미 월가 금융기관이 위기를 초래한 만큼 강력한 국제 금융 감독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유럽이 요구하는 국제 금융 감독기구 설립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규제 강화가 미 금융기관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들에게 배포된 성명서 초안은 2조 달러(약 277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각국의 기존 부양안이 포함돼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한다는 조건 때문에 추가적 경기 부양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결국 오바마도 각국에 새 부양책을 내놓으라 요청하는 대신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선언적 문구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 경제국의 IMF 발언권 강화=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은 신흥 경제국들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IMF 내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MF에 출자금을 많이 내는 미국·유럽이 IMF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독식하지 않겠다”며 “유럽도 IMF 사무총장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은 IMF 지분 변화에 반대한다. 신흥 경제국에 IMF 지분을 더 주면 그만큼 유럽의 지분이 줄어든다. 유럽은 IMF 출자금을 지금의 세 배 수준인 7500억 달러로 늘리려는 미국의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그만큼 유럽의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정재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