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사장은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니까 퇴물이 된 주체사상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 추기경이 살아 생전에도 이 갈등의 시기에 빛의 역할,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임종하시고도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깊은 유산을 줘 종교를 초월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일생과 우리에게 준 정신적 유산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를 언급하면서 김 추기경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물론 생각할 자유가 있고 글쓸 자유가 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포용도 좋지만 관용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빵 문제와 자유 문제, 인권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공산주의 사상을 포용할 때 어떻게 되겠나. 남한은 적화통일된다”면서 “대통령 했던 사람이 마치 십 몇년 전에 운동권 학생들이 ‘민주주의 하려면 공산주의할 자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지금 하고 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도 비겁하게 김 추기경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마치 시체에 칼을 꽂는 것 비슷하게 한다”며 “이것은 철학적으로 무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좌익사상을 그 사람(노 전 대통령) 속에 아마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본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반대한 이유는 그것이 관용이란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그런 말이 용어혼란 전술”이라며 “관용이란 이름으로, 민족주의란 이름으로 공산주의를 받아들일 때 어떻게 되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김 추기경은 ‘우리가 병균은 미워하지만 병자는 사랑해라. 공산주의는 미워하지만 공산주의자는 인간적으로 대하고 그 잘못된 사상을 깨닫도록 인도하라’ 이런 말씀을 해오신 분”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그 분이 보수니 그 따위 소리를 하나. 이것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개인 홈페이지에 “강 교수 처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는 그 주장이 옳다기보다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 정도 발언은 용납되어야 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그게 위험스런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미국 놈 쫓아내고 남한을 적화통일 시키려 하고 있다. 여기에 반공법(국가보안법)을 없애 버리고 북한 공산주의를 허용하고 포용하면 어떻게 되겠나. 북한이 있는 이상 반공법을 없애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반공법을 과거에 오용내지 남용한 부분이 있다면 오남용한 그 부분만 고쳐야지 오남용이 있다고 해서 다 없애버리고 공산주의를 허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이사장은 “예를 들면 발가락에 무좀이 있다고 하면 발가락 무좀을 치료하고 없애야지 발가락에 무좀이 있다고 해서 발가락을 잘라버리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통령 했던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과거 5년 동안 대북관계에서도 위태위태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신 김 추기경의 장례 기간 중에 ‘사람사는 세상’에서 벌어진 그 분의 행적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산소맨’이라는 사람이 올린 글을 보면 김 추기경이 보수적 성향의 발언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를 이유로 그 분이 민주주의를 배반했다고 말하거나, 그분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일은 아닌 것 같고, 그분의 발언 내용에 대한 비판과 그분의 발언에 대한 인격적 비난은 달리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 추기경 강정구 동국대 교수 문제나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해 말씀한 내용을 보면서 민주주의니 관용이니 하는 것이 말로는 하기 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로 정착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 확인하기도 한다”며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반대한 이유는 그것이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강 교수의 처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는 그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 정도의 발언은 용납되어야 할 자유이기 때문이었는데,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마저도 납득하지 않으셨으니 앞길이 얼마나 험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강 교수는 2001년 8·15 축전 방북단의 일원으로 김일성 생가(生家)인 만경대를 방문,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 등을 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후 인터넷 매체에 ‘6·25 전쟁은 통일전쟁’ ‘맥아더는 전쟁광’ 등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글을 기고한 혐의로 지난 2005년 추가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강 교수에 대해 구속의견을 올렸으나,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불구속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항명성 사퇴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추기경은 2005년 언론인터뷰에서 “대학 교수라는 지성인(강정구 교수)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의 독재체제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죽음을 당하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던 정권(노무현 정권) 담당자들이 강 교수의 인권만 앞장서 보호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극히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강 교수가 2001년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가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앞에서 박수를 친 것 등은 국가의 존립 안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며 북한에 동조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며 강 교수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재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입력 : 2009.03.06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