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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여야 미디어 관련법 극적 타결] 한나라 모처럼 일치 단결… 정국 주도권 되찾나(조선일보)
글쓴이 헌변 등록일 2009-03-03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1202

다음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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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의 관록… 黨·靑·野 오가며 '해법'




김형오의 고도 전략




박근혜의 어시스트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박희태 대표.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퇴진론 지도부 위기넘겨 "중요 사안엔 단결" 소득

여권(與圈)이 오랜만에 결집된 힘을 보여줬다. 임시국회 막판인 2일 야당과 국회의장을 압박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정권과 국회 과반수 획득 이후 처음으로 '171석의 힘'을 제대로 모아봤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이날 새벽, 여당 주장을 거의 배제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김형오 국회의장 중재 협상 내용을 보고 격분했다.

박희태 대표<사진>는 이날 오전 김 의장의 최종 협상 요구를 거부했다. 이어 최고위원들을 이끌고 김 의장을 만나 "이런 중재안은 받을 수 없다. 오늘 중에 직권상정 해달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국회로 돌아와 농성 중인 의원들 앞에 서서 "우리는 가진 화살을 다 쐈다. 이제 직권상정을 통해 오늘 중 법안을 처리해 줄 것을 간곡히 말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박 대표가 이런 강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데는 의원들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 이유도 있었다. 이날 새벽 한나라당 요구가 김 의장에게 수용되지 않으면서 "여당이 이번에도 힘들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도 의원들은 한 명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직권상정 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평소 온건파이던 친(親)박근혜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까지 "지금 당내에는 김 의장에 대한 탄핵·불신임의 기류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주류·비주류에 친이·친박, 지도부와 반(反)지도부 등으로 사분오열됐던 그동안의 한나라당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그동안 나서지 않던 박근혜 전 대표도 농성장에 나와 지도부에 힘을 '듬뿍' 실어줬다.








▲ 꽉 찬 한나라 의석… 텅 빈 민주 의석. 여야 간 쟁점 법안 협상이 타결된 뒤 열린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진 위쪽 민주당 의석 상당수가 비어있다. 이날 저녁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로부터 협상 결과를 설명들은 의원들 중 상당수가 타결 내용에 불만을 품고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이날 결집한 한나라당의 힘 앞에 야당은 소수(少數)의 한계를 절감하며 그동안 버티던 미디어법 관련 합의를 내줬다. 이날 보여준 것처럼 여권이 앞으로도 결집된 대오를 유지한다면 향후 정국에 미칠 힘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와대는 촛불사태 때 잃었던 정국 주도권을 일단 되잡았다. 청와대는 이번 미디어법 처리에 거의 '올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 하나를 통과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영원히 정국 주도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고 대처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중요 사안에는 힘을 합친다'는 선례(先例)를 얻은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주류 진영의 한 핵심 의원은 김 의장이 '직권상정 검토'로 물러선 뒤 "이번에 'MT' 한번 세게 한 것 같다"며 "친이(親李)든 친박(親朴)이든 결국은 한 식구임을 확인한 것이 제일 큰 성과"라고 했다.

퇴진론까지 몰렸던 당 지도부도 위기를 넘기게 됐다. 특히 박희태 대표는 막판에 청와대와 국회의장, 야당을 오가며 경색된 상황을 풀어내면서 보다 '힘'이 실리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주 김 의장이 주요 쟁점 법안 직권상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뒤부터 직접 김 의장 설득에 나섰다. 야당과의 협상 전면에도 나서 "시한을 못 박지 않은 어떤 합의도 받을 수 없다"며 중심을 잡았다.

여권이 이런 단합된 대오와 지휘 체계를 유지만 한다면 4월 국회에서 법안과 추경 처리 등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4월 재보선을 앞두고 3월 중에는 당내 공천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 주류·비주류 갈등이 불거진다면 단합은 깨지고 여권의 힘은 다시 흩어질 수 있다.

또 청와대와 당 주류가 이번 결과를 과대평가해서 일방통행으로 나갈 경우, 비주류는 물론 여론의 향방도 바뀔 수 있다. 아직은 불안정한 정국주도권 회복이라는 평가가 많다.


 







▲ 김형오 국회의장.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일부러 모호한 입장 與野 협상장 끌어내

종잡을 수 없이 여야(與野) 입장을 넘나든 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의 중재가 극적인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연말 국회 이후 미디어법에 대해 야당 편에 서는 모습을 취해온 김 의장이 2일 오후 '미디어 관련 법안 직권상정' 카드를 던짐으로써 민주당을 다급하게 했고, 여당 입장을 수용하는 수정안을 내도록 유도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안을 소관 상임위에 전격 상정한 이후 김 의장은 미디어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김 의장이 2월 26일 "쟁점법안은 여야가 더 협의하라"고 한 뒤엔 민주당이 "의장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이라고 반겼고, 지난 1일 "여야 간 협상이 불발되면 야당이 가장 큰소리친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을 땐 여당이 "의장은 역시 우리 편"이라고 반색했었다.

김 의장측은 "김 의장은 모호한 입장을 취해 여야가 서로 우세를 확신할 수 없게 함으로써 협상장으로 이끌어내 정국 파행을 막기 위한 전략을 쓴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한다고 했을 때 예상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반대의 경우 민주당이 김 의장을 믿고 협상에 비타협적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고도의 국회 운영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한나라 많은 양보했다" 농성장 찾아 의원 격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모처럼 말과 행동으로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박 전 대표는 여야가 미디어법을 놓고 대립하고 있던 시점인 2일 오전 10시 45분쯤 당 의원들이 농성 중인 국회 본회의장 앞을 찾았다. 그는 전날 밤을 새운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잠시 앉았다가 자리를 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농성장 분위기는 한층 활기를 띠었다.

박 전 대표가 그 자리에서 한 얘기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나라당이 미흡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며 당 지도부를 지원사격했다. "미디어 법안의 처리시기를 못 박는 정도는 야당이 받아 줄 수 있는데도 거부했다"며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쟁점법안에 대해 '공감대 형성 후 처리'라는 입장을 밝혀 '속도전'을 주문하는 청와대나 당 지도부와는 엇박자를 냈었다. 그래서 이날 박 전 대표의 출현과 발언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핵심조항을 양보하는 등 공감대를 얻으려고 충분히 노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내세웠던 '선(先) 공감대 형성'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