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클린턴'으로 와서 '힐러리'로 떠나다 (조선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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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일보 | 등록일 | 2009-02-21 |
출처 | 조선일보 | 조회수 | 1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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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이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라이스 전 장관은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가며 강의하듯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큰 그림과 방향을 말한다.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란 말을 할 땐 어쩐지 그 표현이 아직 자기 것이 안 된 듯 어색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듣는 사람을 바짝 긴장시키는 라이스와는 달리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대중과 호흡을 맞출 줄 아는 정치인의 태도다.
딱딱한 공식행사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클린턴 장관의 재능은 이날 오후 2000여명의 여학생이 모인 이화여대 강당 무대에 올랐을 때 폭발했다. 무대 뒤에서 여성지도자들과 만날 때도 이미 드러났던 특유의 친화력은 방청석의 떠나갈 듯한 함성에 힘을 얻어 열강이 됐다. 그는 학생들을 향해 "21세기 초에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아느냐"고 했다.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무장관직 제의를 받고 처음엔 놀랐지만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해보고 싶어 결심했고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국무장관이 될지 몰랐다. 인생은 출발한 자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니 꿈을 좇아 나아가라"고 했다.
'마담 프레지던트(President·여성대통령)'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마담 세크러터리(Secretary·여성 장관)'가 된 클린턴은 "이루지 못한 일을 후회하느니 그 시간에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한다"고 했다. 인생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왔느냐는 질문엔 "중요한 건 그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라면서, "과감하게 경쟁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라"고 격려했다. "임신한 모습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바라보는 남자변호사들로부터 '출산휴가가 뭐냐'는 질문을 들어가며 일했던 젊은 시절"도 털어놓았다.
클린턴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아시아를 택하고 공관에 창의적인 행사 아이디어를 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주한미대사관은 이화여대가 클린턴 장관이 졸업한 웰즐리대와 자매학교인 데 착안해 '여성'을 방한의 부(副)주제로 삼았다.
서울을 떠나기 전 조선, 중앙, 문화일보, KBS, 연합뉴스 여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호감을 느껴서인지 이번 아시아 순방 중 한 번도 반미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을 환영하는 '데모'를 보면서 기뻤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선 "상황에 대해 사려 깊게 분석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서울서 참석한 모든 행사를 다 취재했다"고 하자, 클린턴 장관은 "고맙다"면서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