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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을 어떻게 저지하느냐가 이제 막 출범한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의 외교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급박한 북한 미사일
오바마 행정부 주변에선 북한이 2006년 대포동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에서 원격 측정장치를 조립하는 모습이 포착됨에 따라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단순 과시용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격 측정장치는 미사일 시험 발사의 성공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발사 전에 설치하는 필수 장비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이 장치를 설치한 것은 2006년 대포동미사일 발사 직전이었다.
워싱턴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북한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 ▲ 클린턴 국무장관(왼쪽),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AP·AFP
미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Gates) 국방장관이 10일 동시에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에 대해 '경고' 발언을 한 것은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미국은 매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정한 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이날 두 장관의 발언은 상황 악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미사일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국무·국방장관을 통해 대북(對北) 경고 메시지를 밝히는 한편 조만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을 설득하려는 분위기다.클린턴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이 6자회담이나 양자 및 다자 협상을 재개한다면 북한 정부나 주민들은 또 다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주, 수개월 내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장 시급한 현안인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대로 북한에 관심을 쏟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뉴욕 주재 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며, 미·북 대화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시험 발사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오바마 행정부 외교력 시험대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포동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경우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2003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인정 발언 ▲2006년 대포동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의 강경 조치로 미국의 관심을 끌며 즉각적인 미·북 대화를 이끌어냈다고 본다. 또 2006년 10월의 대포동미사일 시험 발사가 사실상 실패작이었기에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 발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시험 발사는 200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1695호·1718호 결의를 명백히 무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확산정책을 강조하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묵과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적성(敵性)국가'에서 처음으로 나온 도발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세계 각국이 주시하고 있어 적당히 넘어갈 수도 없다.북한의 미사일사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앞으로 4년간의 미·북관계는 물론 비확산문제에 대해 미국의 대응을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입력 : 2009.02.12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