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논란 Q/A] 겉으론
부인하며 실제론 묵인 분위기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09-02-06
지난해 말 미국의 국방 당국자들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는 말을 한 데 이어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장 내정자도 인사 청문회에 나와 북한이 핵무기를 폭발시켰다는 발언을 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알아봅니다.
문: 파네타 중앙정보국장 내정자의 이번 발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네, 그동안 미국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을 nuclear device, 그러니까 핵장치의 폭발 실험으로 규정해왔는데요. 이번에 파네타 국장 내정자가 미국은 2006년 북한이 nuclear weapon, 그러니까 핵무기를 폭발시킨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핵장치’란 말은 핵무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핵무기를 폭발시켰다는 이번 파네타 내정자의 말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해 미국의 주요 인사들은 어떤 발언을 내놓았습니까?
답: 지난 2008년 2월 국가정보국(DNI)의 마이클 매코넬 국장은 북한의 핵실험 실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예전의 평가를 뒷받침한다면서 북한은 최소한 핵무기 6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말한 적이 있고요. 지난해 3월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도 북한은 3-4개의 핵무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의 보고서와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 보고서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지난해 말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이미 여러 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문: 이번 파네타 중앙정보국장 내정자의 발언도 앞서 소개해 주신 미국 관리들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런 일련의 발언을 살펴보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북한을 비공식적으로라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입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지금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초로 대응 전략을 세워야한다는 입장이 부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reality)이고 미국 국방부는 그런 현실을 반영한 보고서를 냈다면서 현재 미국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보유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리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결과가 어느 수준일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타(CIP) 아시아 담당 국장도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주장을 수용한 상태에서 협상을 계속 진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 앞으로 북한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핵무기 보유 사실은 묵인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답: 네, 이미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핵 지위가 사실상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예외 국가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김성한 교수는 국민일보와 한 회견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자신의 핵무기가 외부에 대한 공격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고 핵물질을 확산시킬 우려도 적지만 북한의 핵무기로 비롯되는 위협은 그와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이번 파네타 내정자의 발언으로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데 대해 남한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네, 남한 외교통상부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상 북한은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미국을 비롯해 6자회담 참가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변인은 파네타 내정자가 북한의 핵장치 폭발을 핵무기 폭발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mc: 네, 앞으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