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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개꼴이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신제품 수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 100개 이상의 신제품을 내놨다.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자 기호를 살펴 음악 기능도 확대하고, 스크린의 크기도 바꿔 넣었다. 수백 개 부품이 들어가는 데다 제품 수명도 6개월 안팎이니, 개발자 입장에선 숨이 턱턱 막히는 속도와의 싸움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작년 50여 개국에 2억 대 이상을 팔아 휴대폰 세계 2위를 지켰다. 2006년만 해도 3위권에 머물면서 2위인 모토로라에 큰 차이로 밀렸던 위기를 탈출한 데는 광속(光速)의 스피드가 큰 몫을 했다. 지금도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엔 10개가 넘는 신제품 개발팀이 가동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용화 수석연구원은 "후발주자로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는 스피드엔 강박증이 생길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위기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압축성장에는 신바람과 광속(光速)의 유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번 신바람이 붙으면 광속으로 질주하는 우리를 누구도 막지 못했다. 기술력 없다던 기업들이 마음 먹고 나서자 단번에 세계 4위의 특허국에 올랐다.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1984년 10건에서 2007년 7061건으로 700배 넘게 성장했고, 2007년엔 과학강국이라는 프랑스도 제쳤다. 우리 앞엔 미국·일본·독일뿐이다.
신바람의 유전인자는 1인당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종업원이 얼마나 집중적으로 일하면서 순익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몰입도 수치인데, 한국 100대 기업들이 글로벌 100대 기업들보다 16% 높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신바람과 광속의 유전자는 근대화 과정에서 입증됐었다. 1974년 6월 28일, 울산의 허허벌판에 현대조선소가 들어선 것은 세계 기업사(史)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60만평 부지에 불과 2년3개월 만에 조선소 준공식과 26만t짜리 유조선 2척의 진수식이 동시에 열린 것이다. 당시 현대는 조선소도 없이 배부터 주문받았고, 크레인도 없이 독(dock)을 만들어 냈다.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제다에서 공사 중이던 삼환기업의 근로자들은 공기(工期) 단축을 한다며 횃불을 켜고 철야작업을 했다. 지나가던 파이잘 국왕이 "저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공사를 더 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우리의 신바람 문화는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설적 활기를 수반한다. 그래서 '빨리빨리'가 아니라 '쌩쌩(활력있게 질주하는 것)' 문화로 불린다.
입력 : 2009.01.01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