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오바마-힐러리… 득일까 실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은 1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오른쪽)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외교안보팀 인선 내용을 공식발표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또 국가안보 보좌관에 제임스 존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을, 유엔대사에 수전 라이스 외교정책보좌관을 각각 지명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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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일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명하는 등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인선을 발표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에 비견되는 오바마 당선인의 힐러리 국무장관 지명을 두고 뉴욕타임스 등은 ‘최대의 정치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의 도박?
캠프내 반발에도 ‘정적’ 기용 화합의 정치
코드 다른 대형스타와 ‘화학적 결합’ 의문
오바마 당선인이 역대 선거 역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평을 받는 민주당 경선의 라이벌을 흔쾌히 끌어안은 것은 ‘통 큰’ 화합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8년간 가장 활동적인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한 데 이어 2000년부터 8년간 상원 군사위원으로 활약하면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82개국을 누빈 힐러리 의원의 국제무대 경험은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 구상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문제는 대통령과 장관 간의 ‘코드’. 힐러리 의원은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인 해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불량국가’ 지도자와의 직접 대화 등 오바마 당선인의 외교안보 구상보다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조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민주당 내 최대 주주로서 차기 대권의 꿈을 접지 않은 스타플레이어 힐러리 의원의 위상을 감안할 때 그가 오바마의 사람으로서 새 행정부와의 ‘화학적 결합’에 흔쾌히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거리다.
이 때문에 옛 선거캠프 인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힐러리 팀에 외교안보 수장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지난 1년간 피땀을 흘렸느냐”는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독배 든 힐러리?
외교무대 이목 집중… 대권꿈 날개 달 카드
라이벌 섬겨야 하고 북핵 등 난제 큰 부담▼
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장은 “국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힐러리 의원의 정치역정에도 중요한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행정기관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힐러리 의원으로서는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국무장관직을 맡는 것이 자신의 대권 도전 꿈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첫 정치적 패배를 안긴 라이벌을 주군(主君)으로 섬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나아가 나름의 역량을 제대로 과시해야 하지만 중동평화협상, 테러와의 전쟁, 이란·북한 핵문제 등 미국이 직면한 외교 현안이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과거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있지만 헨리 키신저, 제임스 베이커, 딘 애치슨 등 최고의 국무장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한결같이 국무장관직을 천직(天職)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 의원의 국무장관 길을 터주기 위해 ‘클린턴 재단’ 기부자 20만여 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한편 매년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던 해외초청 강연도 대부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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