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MB정부 과제 긴급점검]<7>복잡해진 북핵-대북관계 (동아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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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일보 | 등록일 | 2008-11-19 |
출처 | 동아일보 | 조회수 | 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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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10.17(금) 03:03 편집 |
[MB정부 과제 긴급점검]<7>복잡해진 북핵-대북관계
내실있는 한미공조로‘북핵 완전폐기’원칙 이뤄내야
미국과 북한이 11일 북한의 핵시설 검증 방식에 합의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대미 정책에 복잡한 숙제를 던졌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좌파정권 10년 동안 훼손돼 온 한미관계 복원과 ‘완전하고 정확한’ 북핵 검증을 정책기조로 내세웠으나 북-미가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순차적 검증 방식에 합의하는 바람에 애매한 처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6자회담의 한 당사국인 일본이 북-미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고 이번 합의를 주도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차기 정부의 북핵 정책이 한국 정부의 북핵 정책과 일치할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만 대화를 하려 한다. 정부의 북핵 정책이 중차대한 도전에 직면한 이유다.
○ 제네바 합의 수준으로의 복귀?
미 국무부가 공개한 북-미 핵검증 합의문에 따르면 검증대상은 북한이 이미 신고한 영변 핵시설로 국한돼 있다.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를 전제로 해 사실상 배제됐다. 핵문제의 핵심 사안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무기, 북-시리아의 핵협력 의혹 문제도 빠져 있다.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핵 활동을 불능화해 플루토늄 핵폭탄의 추가 개발을 막는 조치밖엔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합의’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 실시를 결정하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북핵 1차 위기가 시작됐다. 북-미는 3차에 걸친 협상으로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특별사찰 문제는 시간을 두고 해결하되 IAEA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장소에 대한 추가 접근을 허용하는 쪽으로 합의를 했었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10월 북한의 UEP 의혹을 제기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대신 2003년 8월 27일 출범한 북핵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북핵 폐기’를 목표로 5년여 동안 지루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밀려 임기 종료를 앞두고 UEP 문제와 미신고 시설 문제에 대해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반쪽짜리 검증에 합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5년간의 6자회담의 험난한 과정을 복기해볼 때 이른바 ‘다단계 보상극대화 전략’을 써 온 북한이 핵을 빌미로 대화 중단과 재개를 반복할 소지가 커 핵 폐기 단계까지 가는 것은 산 넘어 산인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한미 공조의 역설
한미공조를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북-미의 핵검증 방식 합의 및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우리 의사가 반영됐다”며 “한미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적지 않은 속앓이가 있었다고 한다. 정부 내에서는 상당한 불만이 제기됐지만 ‘물샐 틈 없는 한미공조’를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터여서 드러내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정권 차원의 외교 성과를 위해 북핵 협상을 끌고 갈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원칙이 흔들릴 때는 우리가 원칙을 상기시켜주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미국이 좋으면 우리도 좋다’는 식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차기 미 행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중요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북-미 관계의 진전 속도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북-미 관계가 잘 풀릴 경우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는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장기 관점에서 북핵 원칙 지켜야
그간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처럼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등도 북한의 핵 포기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남북경협은 물론 인도적 지원에도 ‘상생’과 ‘호혜’라는 조건을 달아 왔다.
이런 정책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체제 보장 및 미국과의 수교를 염원하는 북한의 속내를 염두에 두고 대미, 대북 정책의 기조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차기 미 정부의 구상과 핵폐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드러날 때까지 긴 호흡으로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계속 시도하는 데 대해 과거 정부처럼 쉽게 지쳐서는 원칙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