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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개최될 선진·개도국 모임인 G20 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유럽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프랑스 등 유럽은 금융권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규제보다 경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 등 국제 공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미국 입장은 13일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은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며 "자유무역이 여전히 경제를 성장시키고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개혁에는 동의하면서도 자본주의 제도 자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부시 대통령은 또 주식 가치를 명확하게 하는 회계규정 개정 등 각국 금융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금융상품 거래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유럽이 요구하는 헤지펀드 규제 등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EU(유럽연합)는 이번 G20 회담이 미국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를 재편할 좋은 기회라고 보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은 13일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던 달러화가 더 이상 그런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떠난다"고 강조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주말(8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G20 회담에서 제시할 '유럽공동 요구안'을 도출했다. 골자는 세계 금융산업 규제 강화와 IMF의 기능 재편이다.EU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이 주도한 과도한 규제완화 및 시장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를 주도해 온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세력의 온상 역할을 하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 ▲은행 임원 연봉 규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또 세계화로 국제 금융시장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됐는데도 금융감독 체제가 개별국가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보고, IMF가 글로벌 시장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는 이를 위해 중국, 인도, 중동국가 등 신흥시장 국가들을 끌어들여 IMF의 운영자금(현재 약 2500억 달러)을 대폭 확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이런 견해차 때문에 G20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보다는 IMF 같은 국제 금융기구의 위상과 기능 변화에 대한 입장만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버클리대학의 배리 아이켄그린(Eichengreen) 교수는 "2차 세계대전 후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킬 때는 몇 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며, "단 이틀 만에 끝날 G20 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1.15 00:06 / 수정 : 2008.11.15 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