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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美 역사를 새로 쓰다]<2> 주목받는 ‘오바마 독트린’ (동아일보)
글쓴이 동아일보 등록일 2008-11-07
출처 동아일보 조회수 1338

분야 : 국제   2008.11.7(금) 02:58 편집



[美 역사를 새로 쓰다]<2> 주목받는 ‘오바마 독트린’

 



세계 신문 1면 장식한 오바마
미국 워싱턴의 한 시민이 5일 언론박물관 ‘뉴지엄’을 찾아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보도한 세계 각국의 신문 1면을 유심히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파괴자 아닌 건설자”… 하드파워서 소프트파워로

“21세기 도전, 美 혼자만의 힘으론 못푼다”

군사력보다 신뢰 바탕으로 국제공조 강화

“이념 아닌 실용중시”… 美 국익양보 없을듯

“제 아버지를 포함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이 미국에 가 보고 싶어 초청장을 기다리며 매일 편지함을 열어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인도네시아 농민들의 집 마루에 존 F 케네디의 사진이 걸려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닙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년간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미국은 파괴자가 아닌 건설자여야 한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뢰를 되찾는 노력을 통해 다시 (환영받던 시절의) 미국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는 “독단주의에서 다자주의로, 대결에서 대화로,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에서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이 그동안 “21세기의 도전들은 본질적으로 미국 혼자서는 풀 수 없는 것”이라며 “유럽, 아시아 우방들과의 확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공조”를 강조해 온 데 근거한 전망이다.

사실 오바마 당선에 대한 지구촌의 뜨거운 환영 열기도 미국 외교가 기존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는 180도 다른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란 기대를 바탕에 깔고 있다.

물론 외교정책의 토양을 이루는 철학적 측면에서 보면 그런 예상은 타당하다.

‘선제공격론’을 핵심으로 하는 부시 행정부 외교의 철학적 뼈대가 1997년 네오콘(신보수주의) 성향의 강경 이데올로그들이 주도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에서 만들어졌듯이, 앞으로 구체화할 ‘오바마 독트린’도 이미 지난해 ‘피닉스 이니셔티브’를 비롯한 진보·중도 성향의 외교전문가 그룹에 의해 밑그림이 그려졌다.

두 그룹의 세계에 대한 인식은 민주, 공화당의 노선 차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다르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 사안별로 들어가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현 부시 행정부의 노선을 계승하는 대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 등 상징적 조치가 몇 개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보다 극적인 선회가 적을 것이란 뜻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노선이 집권 후반기에 많이 변한 데다 오바마 당선인 역시 미국이 당면한 위협에 대해 기존 워싱턴 주류의 인식을 거의 그대로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당시 오바마 캠프 참모들은 “오바마는 전형적인 리버럴 비둘기파가 아니다”라고 강조해 왔다. 오바마 당선인 역시 5일 새벽 연설에서 “세계를 파괴하려는 자를 우리는 무찌를 것이며,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자들은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테러 및 핵 확산 대책으로 그가 강조해 온 ‘적극적이고 밀도 높은 외교’는 부시 대통령 역시 강조해 왔던 것이다.

물론 오바마 당선인이 동맹국뿐만 아니라 적대적 국가들과도 접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부시 대통령과는 큰 차이다. 그는 자신의 외교 노선을 ‘이념적 접근이 아닌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강조해 왔다.

행정부 출범 초기 굵직한 변화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책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테러와의 전쟁’의 당위성을 지지하지만 방법론에서 이라크가 아닌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선 부시 대통령과 큰 차이는 없다.

일각에선 ‘오바마-김정일’ 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처럼 추론하지만 이는 오바마 당선인이 말해 온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대화 용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해석한 측면이 크다.

오바마 당선인은 “만남 자체에 전제조건은 없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며 그 회담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지 않고 국익에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캠프 관계자들도 “부시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김정일에 대한 혐오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온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지만 가능성을 열어 둔 정도일 뿐이지 회담을 반드시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해 왔다.

사실 오바마 캠프의 외교안보정책 구상에서 한반도 정책은 우선순위가 좀 떨어진다는 게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집권 초반 금융위기에 전력을 다한 뒤 이라크에서의 철군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상황 반전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핵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시카고=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