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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시 취임에 다급해진 DJ ‘햇볕 지지’ 얻으려다 낭패 (동아일보)
글쓴이 동아일보 등록일 2008-11-07
출처 동아일보 조회수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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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11.7(금) 02:58 편집



부시 취임에 다급해진 DJ ‘햇볕 지지’ 얻으려다 낭패

 

 



‘美 정권교체기’ 과거 정부에서 배우는 교훈

DJ, 정상회담 재촉… 한달반뒤 만났지만 ‘역효과’

YS 정부, 北-美협상서 배제된채 ‘통미봉남’ 자초

전문가 “서두르면 일 그르쳐… 6개월은 기다려야”

버락 오바마 시대’가 내년 1월 개막되면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북한을 거론하면서 “꽉 막힌 안보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다소 성급한 듯, 열린 듯한 그의 자세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혀 ‘결이 다른’ 정권이 워싱턴에 들어설 때 한국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한미동맹 및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차분하게 정책을 짜고, 탄탄한 논리로 무장하라”고 주문한다.

▽조급함에 낭패 본 DJ=햇볕정책을 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호흡을 맞춰 오던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이 물러난 뒤 조급해졌다. 그는 2001년 1월 출범한 부시 행정부로부터 “햇볕정책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받고 싶었다.

DJ는 외교통상부에 조속한 정상회담을 지시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접경국인 멕시코 캐나다→영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한국 호주 등 원거리 동맹국의 지도자를 순서대로 만난다. 한국은 꽤 상위 순번이다.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DJ는 부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가 됐다. 취임 후 불과 1개월 반 뒤였다.

노벨 평화상을 타 자신감이 넘쳤던 DJ는 ‘외교 문외한’인 부시 대통령에게 ‘긴 설교’를 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반응은 “전 정권의 (우호적) 대북정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튿날 “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한 방 먹었다(political blow)”고 보도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북한관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조차 정상회담 전날 “부시 행정부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한다”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그렇지 않다’고 바꿔야 했다.

김대중 정부의 조바심은 한나라당과 여론에 휘둘린 탓이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당시 여론은 “미국의 정권 교체로 클린턴식 햇볕정책 지지는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었다. DJ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 서둘렀고 한미 정상의 첫 대면은 파국으로 끝났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금융위기 극복 및 국내 문제 해결이란 최우선 과제가 없더라도 새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통상 6개월은 기다려야 나온다”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는 “한국은 대외 정책에 대한 비전 및 외교 우선순위를 정한 뒤 미국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외교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보수정부의 이런 적극성이 진보적인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핵화 및 북한 개방에 대해 한미 모두가 이득을 보는 전략을 제시하면 (보수적 서울-진보적 워싱턴의) 신뢰 구축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고객을 상대하는 듯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 외교 방식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이 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는 실수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통미봉남 vs 통미통남=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엔 북-미 고위급 직접 대화가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내년 후반 평양을 방문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1994년 김영삼(YS) 정부 시절 한국이 북-미 핵 협상에서 배제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가속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부분적인 방향 선회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은 보수층의 이탈을 초래하는 동시에 현 정부의 정책적 차별성을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통미봉남이라는 북한의 전술은 ‘한미 공조가 삐걱거린다’는 여론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만큼 한미 간 찰떡공조로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6자회담이라는 협상 틀이 있는 한 무리한 북-미 직접 협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오바마 당선인 캠프에서 ‘무조건적 만남 필요성’이라는 초기 발언을 수정해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명확히 할 때만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만나려면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야만 한다는 ‘통미통남’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