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자산담보부증권(CDO)이 신용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실 규모와 그로 인한 충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맞먹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동반침체 우려가 진정되기도 전에 또 다른 신용악재가 고개를 든 것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합성CDO(Synthetic CDO)는 자산의 소유권이 자산 소유자의 장부에 그대로 남고 자산과 관련한 신용위험만 유동화전문회사(SPV) 등 제3자에 이전된다는 점에서 일반 CDO와 구별된다. 이 때문에 채무자와의 관계에 변화가 없으면서 자산의 규모에 비해 유동화증권의 규모도 작아 발행이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을 담보로 발행된 합성CDO 판매 규모는 2006년까지 5년간 840억달러에서 503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합성CDO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CDS 시장의 성장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리먼브러더스와 워싱턴뮤추얼 등 미국 주요 은행들 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각국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글로벌 동반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CDS를 포함한 기업신용과 연계된 합성CDO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손실 1조弗 추정..금융권 2차 상각 `불가피`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기업신용과 연계된 합성CDO 투자가 손실이 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합성CDO 시장 규모는 1조2000억달러. 이중 1조달러가 손실로 날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이미 6600억달러 규모의 자산상각을 단행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합성 CDO로 인해 `제2차 자산상각`에 돌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영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런던 소재 카스 비즈니스 스쿨의 알리스테어 밀른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겪었던 똑같은 문제들을 다시 겪게 될 것"이라며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규모의 자산상각을 추가로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로 인해 이미 3조달러의 유동성을 자금시장에 쏟아부은 각국 정부가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합성CDO, 왜 문제인가
금융기업들의 파산이 속출하고, 글로벌 동반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의 신용도가 떨어지자 합성CDO 가격도 동반 추락했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하향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시반 마하데반 파생상품 전략가는 "CDS와 연계된 몇몇 CDO 들은 달러당 10센트 미만의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피치는 지난 13일 9월 이후 잇단 금융기관들의 파산과 구제금융 지원 사태 등을 반영해 422종의 CDO 등급을 강등시켰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지난 16일 "리먼과 워싱턴뮤추얼, 그리고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붕괴와 미국 정부의 국책 모기지업체 국유화는 기업 CDO 등급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파생상품 모델에만 집착하고, 연계된 기업들의 파산 위험을 등한시해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의 타바코리 스트럭처드 파이낸스의 자넷 타바코리 회장은 "상품을 고안한 은행들이나 투자자들보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신용 분석을 등한시했다"며 "그들은 상품 연계 또는 스프레드 모델 분석에만 주력하고, 정작 근간이 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각 물결, 이미 시작됐다
금융권의 합성CDO 관련 자산상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소재 서스쿼해나뱅크쉐어 은행은 지난주 리먼과 워싱턴뮤추얼 등의 파산을 반영해 장부상 2000만달러 규모의 합성CDO 가치를 88%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 최대 은행인 KBC 그룹도 최근 기업들의 등급 하향 조정을 반영해 16억유로(21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KBC는 90억유로의 CDO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기업 채권과 연계된 CD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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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23 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