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김 전 사무총장은 공무원 4만6천여명이 직불금을 부정수급했다는 내용을 포함해 직불금 감사실태를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문제가 심각하니 부실한 제도를 빨리 개선할 수 있도록 하라. 이런 부당한 게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 “부재지주한테 직불금이 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씨의 설명.
이씨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침묵 속에 보고를 받았으며 보고가 끝난 뒤 심각한 표정으로 10초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서 내용에는 개별 최고 수령액(법인 51억원, 개인 1억6천만원)도 담겨 있었다.
이씨는 “노 전 대통령은 특정 공무원을 언급하지는 않았고 전반적인 농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감사결과를 비공개하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별 문제가 없다’는 농림부 보고서를 문제 삼아 즉석에서 작고한 박홍수 전 농림장관을 강하게 질책했고, 박 전 장관이 쉽게 승복을 하지 않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노 전 대통령의 진노를 샀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박 전 장관의 변명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내가 말년이라고 개기느냐”고 발언했다는 데 사실이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질문에 “그런 취지의 얘기를 했고 박 전 장관이 사과했다”며 “이후 박 전 장관 교체와 회의 내용이 어느정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감사원의 청와대 수시보고는 2005년 8건, 2006년 7건이었지만 2007년에는 쌀 직불금 관련 1건 뿐”이라며 “그만큼 예삿일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아, 이런 내용을 농민과 국민이 알면 폭동이 나겠구만’이라고 발언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씨 등이 전한 당시 회의상황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직불금 부당수령 실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즉각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농림부는 관련 법 개정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여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직불금 실상이 공개될 경우 성난 농심(農心)을 감당하기 어려워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권 차원에서 감사결과를 덮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고위 관계자와 이호철 당시 청와대 상황실장이 6.20 회의가 열리기 5일 전인 지난해 6월15일 만나 직불금 문제를 사전조율한 사실도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변호사는 “감사원이 쌀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보고한 것은 맞다”면서 “명단을 보고 받은 적이 없으며 감사결과 비공개에 대해 지시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입력 : 2008.10.18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