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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미(美)적자 메워주는 '국제 자본 돌려막기가' 위기 불러(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8-10-14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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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적자 메워주는 '국제 자본 돌려막기'가 위기 불러
시험대 오른 글로벌 자본주의 [上] '불균형의 마술'이 깨지

금융 자유화로 자본흐름 국가통제 벗어나

금융시스템, 흑자국서 적자국으로 돈 날라

고도성장 기적 이뤄냈지만'버블'만들어

 

정리=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글로벌화를 치달아 온 현대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로 일컬어지고 있다. 자유무역과 금융 자유화를 양대 축으로,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면서 번영을 거듭해온 글로벌 자본주의의 선순환 시스템이 무너지고, 도리어 '위기의 세계화'를 초래하는 자기 파괴적 역기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자본주의는 실패와 좌절, 극복을 통해 수정·발전해왔다. 오늘날의 글로벌 자본주의는 어떻게 수정돼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인가. 본지는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국제금융),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경제),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거시경제)과 공동으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적해봤다.


글로벌 자본주의는 지금 '글로벌 불균형'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국은 늘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온 세계가 이를 메워주는 불균형 구조는 세계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뤄냈지만, 동시에 이번의 금융위기를 잉태한 미국과 전 세계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기도 했다. 금융위기의 이면엔 미국의 만성적인 적자라는 국제 무역의 결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의 종말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의 불균형 현상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중국·일본·독일 등 제조업 강국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자원부국은 계속 흑자를 내고, 미국과 영국은 막대한 적자를 내는 일이 이어졌다. 특히 미국의 적자 규모가 엄청났다. 2007년 한 해 미국의 적자액은 7390억 달러로, 전 세계 경상수지 적자의 약 49%를 차지했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경제의 불균형 상황은 적자국의 경제 파탄과 흑자국의 물가 급등(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과 시장을 통합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힘은 불균형의 상황을 도리어 경제 성장의 기적으로 뒤바꿔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뻗어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흑자국의 돈을 적자국(특히 미국)으로 퍼 나르고, 첨단금융기법은 1달러의 자산을 3~5달러로 만드는 유동화(流動化)의 마술을 부렸다.

경제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렸지만, 해외에서 쏟아지는 자본 덕분에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에는 돈이 넘쳐났다. 미국인들은 신용과 부동산을 담보로 초저금리의 돈을 빌려 마음껏 소비했다. 선진국의 주머니에서 부풀어오른 자본은 다시 신흥경제국에 투자되고, 전 세계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띄워놓았다. 치솟는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연평균 5%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했다.

이런 과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다면 세계는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불균형을 깨고 균형점을 향해 가는 것이 경제의 속성이다. 터무니없이 부풀어 오른 미국 부동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는 순간, 글로벌 금융의 마술은 끝나고 세계 경제는 쓰라린 불균형의 현실로 돌아왔다.

글로벌 불균형이 다시 균형을 찾는 과정에선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영철 교수는 "앞으로 5~6년간은 세계 곳곳에서 소규모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등 혼란의 시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금융자본주의의 폭주

글로벌 불균형을 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뒤바꿔놓은 것은 신(新)금융자본주의였다. 1970년대 말까지의 글로벌 자본주의는 자유 무역을 강조했지, 금융의 자유화는 강조하지 않았다. 국가간 자본의 흐름이 쉬워지면 국가의 정책 자율성이 약화되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글로벌 자본주의는 자유 무역과 함께 신금융자본주의에 의한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오늘날 금융위기의 토양은 사실상 이때부터 뿌려졌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의 자유화에 대한 우려는 맞아 떨어졌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만든 모기지(주택대출) 파생상품이 세계 각국으로 팔려가 부실을 확산시켰듯, 미국의 금융위기 역시 개방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세계를 무대로 실시간(real-time) 이동하는 자본의 흐름 때문에 정부는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글로벌 금융은 이미 국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신금융자본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서구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유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금융기관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위기를 틀어막고 있다. 금융산업이 국유화될수록,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강도는 높아진다. '강화된 정부의 역할과 어떻게 타협해 나갈 것인가'가 위기에 처한 글로벌 자본주의 앞에 던져진 숙제다.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로 뚜렷이 대비되는 국가 간·지역 간의 경제 불균형 현상.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의 적자를 아시아의 돈으로 메우고, 미국의 돈이 다시 아시아에 투자되는 자본의 대순환을 통해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자본주의가 융성(隆盛)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으나, 부동산 시장에 버블을 불러일으키고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원인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입력 : 2008.10.14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