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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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매우 탄탄한 경제 정책을 운용해 왔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달러 부족 현상과 같은 외적 요인에 따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고 봅니다."하버드대 경제학과 드와이트 퍼킨스(Perkins·사진) 교수는 6일 본지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좀 지나면 낫는 독감"에 비유하며 "월스트리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15~20년 동안 보다 역동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넬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퍼킨스 교수는 하버드 아시아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아시아통(通)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이번 금융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결론부터 말해서 대공황까지는 안 간다. 그때와는 정부 대응력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대공황 때에는 정부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구제 금융이라는 것도 없었다. 지금은 정부가 신속히 움직인다. 또 그때는 은행에 돈을 넣어뒀던 사람은 모두 손해를 봤다. 은행에 대한 불신(不信)이 일어나면서 신용 경색이 발생하고 일반 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대량 실직사태가 벌어졌다. 지금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있고 정부가 예금자를 보호한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리더십이 도전을 받는데."미국은 지금 독감에 걸렸지만 지나면 낫는다. 미국의 금융부문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실리콘밸리나 다른 산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높다. 의료부문과 대학 등 교육 기관도 우수하다. 실업률도 6.1%인데 대공황 때 20여%보다 훨씬 낮다. 이번 위기를 넘기면 미국 경제는 회복한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가까이 되는데 미국을 대체할 국가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다."―미 정부가 위기가 터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은데."절제되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방종이 지금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10년 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이 파산했을 때에도 당시로선 최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그때도 파생 금융상품이 원인이었다. 그 이후 정부가 파생 금융상품에 대한 투명성 제고 등 규제를 강화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대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이 거액을 빌려 위험한 투자를 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이 일반 은행에 적용하는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규제를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현재 미 연방정부의 해결 방식과 과거 일본 정부의 대응 방식 중 어떤 것이 나은가."일본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겪었다. 일본은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피하고 은행의 부실자산(non performing loan)을 끝까지 안고 갔다. 그 결과 큰 충격은 없었지만 10여 년간의 장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도 금융기관의 파산을 부분 허용한다. 미 정부는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놔둔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량 실직(失職) 사태와 주식시장 하락 등 대가를 치르겠지만 그만큼 회복도 빨라질 것이다."―한국 경제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견뎌낼 저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한국은 달러 부족 현상 등 시스템 외적 요인에 따른 충격을 이겨낼 능력을 갖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모두 경기침체에 들어섰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맞는 현명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입력 : 2008.10.08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