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 1만 선이 붕괴된 6일(현지시각) 오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식시세표를 바라보고 있다. 이 직원이 쓰고 있는 모자는 1999년 3월 다우지수의 사상 첫 1만 포인트 돌파 기념으로 만든 것이다. /AP 연합뉴스
"전 세계가 'IMF 사태'를 맞았다고 보면 됩니다."(
대우증권 홍성국 상무)
6일 세계 금융시장은 또 다시 '블랙 먼데이'의 아수라장이 재연됐다. 주요국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는 자취를 감추었다.
한국에선 환율이 연일 폭등하면서 '제2의 환란(換亂)'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왜 금융불안은 더 심화된 것일까.
◆유럽 금융시장으로 전염
그 이유는 '불신(不信)의 전염'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이 구제금융 법안을 놓고 머뭇거리는 사이 이미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다른 쪽으로 옮겨 붙었고, 이젠 미국의 구제금융만으로 해결될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미국 하원이 9월 29일 금융구제안을 부결시키면서 위기 치료의 타이밍을 놓쳤다"라고 말했다.
전염의 경로는 '유럽'과 '실물경제'라는 두 갈래다. 유럽 금융이 미국발 쓰나미를 차단해주고, 주요국 경제가 급속한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한다면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두 갈래 경로로 확산된 위기는 환율 방어능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에 더욱 강한 충격파로 전달돼 오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신청 이후 위기에 몰린 미국 금융회사들이 전 세계에서 일제히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 가뭄에 빠졌다. 특히 미국 금융회사들과 파생상품으로 거미줄처럼 엮였던 유럽 금융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의 부동산담보대출업체 B&B,
독일 4위 은행 HRE 등이 지난주 이후 차례차례 파산 위기에 빠지며 정부 지원을 받거나 M&A(인수·합병)됐다. 금융기관이 위험에 빠지자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내 가는 '뱅크 런' 조짐이 시작됐고, 지난주 초 아일랜드에 이어 그리스와 독일이 예금보장을 선언했다.
◆세계 실물경제로 전이금융위기는 이미 생산·소비·투자 등 전 세계 실물경기로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의 일자리 감소폭이 2003년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며, 제조업지수도 2001년 9·11테러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아일랜드와 프랑스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후퇴에 들어섰다.
◆경제 튼튼한 한국은 왜?
한국은 미국의 부실 금융회사에 물린 것도 적고, 부동산값 하락도 본격화되지 않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강한 충격파에 시달리고 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환율 방어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데다, IMF사태라는 심리적 상처가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투자자·국민들이 정부 대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한국 시장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은 수출의존 경제여서 금융위기뿐 아니라 실물경기 침체에도 직격탄을 받는 등 이중으로 취약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45.5원 폭등한 달러당 1269원을 기록,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코스피지수는 1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해 1300선마저 위태로워졌다.
입력 : 2008.10.07 01:01 / 수정 : 2008.10.07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