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초 이 사실이 보도〈본지 4월 4일자 A2면〉된 이후 책의 '재발간'이 급물살을 탔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용달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원, 김희곤 안동대 교수, 박봉규 공군사관학교 교수, 양영조 국방군사연구소 연구관,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기영 서강대 교수 등 8명의 필자들이 개정판 작업에 들어갔다. 김영탁 황금알 대표는 "필자들이 다시 원고를 쓴다는 의욕을 지니고 작업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이제 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이 '군(軍) 대안교과서' 개정판은 평범한 '교범'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수준이 높다. 기획을 맡은 이현수 육사 교수 부장은 서문에서 "항간에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철저하게 사실에 바탕을 두고 서술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초 출간된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刊)보다도 훨씬 중도(中道)에 가까운 역사관을 보이게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다양한 학파들의 시각을 수용하려 노력한 흔적도 역력하다. 근대사에서는 개화파 지식인뿐 아니라 고종과 동학 세력의 활동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일제의 '수탈'을 강조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한 것도 주목된다.
중도적 입장의 서술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광복 직후 부분이다. 이 책은 "분단의 책임 소재는 한반도 분단의 구체적인 4주체인 미·소·남·북에 그들의 몫만큼 지울 수 있다"고 했으며, 미국이 처음부터 이승만을 후원하지는 않았던 반면 소련은 김일성을 일찍부터 지도자로 '낙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동북항일연군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중들의 염원 때문에 전설적 인물로서 부풀려졌고, 광복 후 김일성의 정권욕 때문에 심하게 과장·왜곡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고 '국가의 독립과 발전, 국민의 삶의 향상을 높은 가치로 보는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부분마다 매우 구체적인 1차 사료를 인용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커다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김구의 남북협상은 "최선의 방책이기는 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상론이며 낭만적인 관념"이었던 데 비해 이승만의 선(先)정부수립·후(後)통일론은 "국제정치적 현실을 고려한 차선책"이었다는 것이다.
전후(戰後)의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못지않게 남북화해의 모색과 북핵 위기를 중요하게 서술한 점도 주목된다. 집필자 중 한 사람인 김영호 교수는 "대단히 상식적인 역사 서술이었는데도, 당시에는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뒤늦게나마 공론화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