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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노(盧)정부 때 무산된 '육사 대안교과서' 빛 본다 (조선일보)
글쓴이 조선일보 등록일 2008-10-01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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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盧)정부 때 무산된 '육사 대안교과서' 빛 본다
나라를 지키는 그들을 지키는 한 권의 책, 일반에 출간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지난 3월 11일 서울 태릉에서 열린 육사 제64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생도들. 2004년 김충배 교장 당시 입교했던 이들은 군(軍) 대안 교과서인‘사실로 본 한국 근현대 사’를 통해 역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 DB
노무현 정부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장병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편찬했지만, 상부의 지시로 좌절됐던 '비운의 대안(代案) 교과서'가 마침내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도서출판 황금알이 최근 일반 서점에 내놓은 《사실로 본 한국 근현대사》(황금알 刊)다.

이 책은 김충배(金忠培) 전 육사 교장이 지난 2004년 기획했던 책의 개정판이다. '우리의 주적(主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육사에 들어온 가(假)입교생 250여 명 중 무려 34%가 '미국'이라고 대답했던 데서 충격을 받은 김 전 교장은 국방부 예산 2억원으로 이 책의 발간 작업을 시작했다. '대한민국과 국군의 정통성에 대한 자긍심'을 군 장병들에게 심어주려는 것이 목표였지만, 2005년 2월 "책을 장병들에게 배포하지 말라"는 장관의 명령 때문에 육사의 겨울 학기 과목 교재로 한정됐고, 육사 바깥에선 구할 수 없는 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 초 이 사실이 보도〈본지 4월 4일자 A2면〉된 이후 책의 '재발간'이 급물살을 탔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용달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원, 김희곤 안동대 교수, 박봉규 공군사관학교 교수, 양영조 국방군사연구소 연구관,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기영 서강대 교수 등 8명의 필자들이 개정판 작업에 들어갔다. 김영탁 황금알 대표는 "필자들이 다시 원고를 쓴다는 의욕을 지니고 작업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이제 4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이 '군(軍) 대안교과서' 개정판은 평범한 '교범'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수준이 높다. 기획을 맡은 이현수 육사 교수 부장은 서문에서 "항간에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철저하게 사실에 바탕을 두고 서술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초 출간된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刊)보다도 훨씬 중도(中道)에 가까운 역사관을 보이게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다양한 학파들의 시각을 수용하려 노력한 흔적도 역력하다. 근대사에서는 개화파 지식인뿐 아니라 고종과 동학 세력의 활동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일제의 '수탈'을 강조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한 것도 주목된다.

중도적 입장의 서술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광복 직후 부분이다. 이 책은 "분단의 책임 소재는 한반도 분단의 구체적인 4주체인 미·소·남·북에 그들의 몫만큼 지울 수 있다"고 했으며, 미국이 처음부터 이승만을 후원하지는 않았던 반면 소련은 김일성을 일찍부터 지도자로 '낙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동북항일연군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중들의 염원 때문에 전설적 인물로서 부풀려졌고, 광복 후 김일성의 정권욕 때문에 심하게 과장·왜곡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고 '국가의 독립과 발전, 국민의 삶의 향상을 높은 가치로 보는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부분마다 매우 구체적인 1차 사료를 인용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커다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김구의 남북협상은 "최선의 방책이기는 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상론이며 낭만적인 관념"이었던 데 비해 이승만의 선(先)정부수립·후(後)통일론은 "국제정치적 현실을 고려한 차선책"이었다는 것이다.

전후(戰後)의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못지않게 남북화해의 모색과 북핵 위기를 중요하게 서술한 점도 주목된다. 집필자 중 한 사람인 김영호 교수는 "대단히 상식적인 역사 서술이었는데도, 당시에는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뒤늦게나마 공론화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9.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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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8.04.04 00:53 / 수정 : 2008.04.04 06:5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04/2008040400103.html
 
 
 육사 교장이 기획한 '군(軍)대안교과서'
 

  • 김충배 육군사관학교 교장
  • 2004년 1월, 김충배(金忠培·사진)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숨이 턱 막혔다. 육사에 들어올 가(假)입교생 250여 명에게 무기명 설문조사를 했는데 '우리의 주적(主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무려 34%가 '미국'이라고 대답했고, '북한'이란 대답은 33%에 그쳤다. "장교가 되겠다고 사관학교를 지원한 학생들이 이 정도라니…." 같은 해 국방부 정훈기획실의 '입대장병 의식 성향 조사'는 더 기가 막혔다. 75%가 반미(反美)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장병은 단 36%였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가? 그는 생도들과 면담하고 이유를 분석했다. "전교조 교사들에게 그렇게 배웠다"는 대답들이 많았다. 김 교장이 서독 광부, 베트남전 장병, 중동의 산업역군들에 대해서 얘기하자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기 일쑤였다. 그런 것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학교가 선택하고 있다는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구해 보고 그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북한은 슬쩍 비판하는 척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아니다"고 판단한 그는 직접 나섰다. 교내 강당에 생도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짊어질 여러분들은 50·60대가 겪은 아픔을 얼마나 아는가?" 그는 비장했다. "1960년대 서독에서 시체를 닦던 간호사와 지하 1000m 아래서 땀을 흘린 광부들 덕에 오늘날 우리가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는 '눈물의 강의'를 이어갔다. 때론 강당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그의 강연 내용은 '육사 교장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퍼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대한민국과 국군의 정통성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했다. 생도들은 물론 군 장병 전체를 다시 가르쳐야 했다. 그는 결심했다. "제대로 된 현대사 교과서를 만들자!" 조영길(曺永吉) 국방부장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예산 1억원이 필요합니다." 조 장관이 대답했다. "그런 중요한 일에 1억 가지고 되겠습니까? 2억원을 편성해 드리지요."

  • 김희곤 안동대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 8명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장병 정신교육 발전 연구위원회'가 집필 작업에 들어갔다. 평범한 교범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쟁점이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강조했으며,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확실히 했다. 6·25의 발발 원인이 북한과 소련에 있음을 명시한 뒤 전후(戰後) 경제 발전의 의의를 중요하게 기술했다. 그러면서도 5·16을 '군사정변'이라 표현하고 "군인 스스로 정치군인으로 등장할 때, 그는 이미 진정한 군인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집단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년이 흘렀다. 군(軍)의 '대안 교과서' 집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새 국방부장관은 윤광웅(尹光雄)씨로 바뀌었다. 그런데 완성 직전인 2005년 2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장관에게 '정신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집필을 끝낸 뒤 책을 장병들에게 배포하지 말고, 육사 생도 교육에만 한정해서 활용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몇 달 뒤에 가까스로 '사실로 본 한국 근현대사'란 제목으로 육사 내부의 교재용 책이 나오긴 했지만 육사 바깥에선 구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교과서포럼의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출간되기 3년 전의 일이다.

    현재 한국국방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충배 전 교장은 "그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똑똑하고 실용적인 사고를 가졌다. 어른들이 잘못 가르쳤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강당에서 가르쳤던 육사 64기 생도들은 지난달 임관됐다. 윤광웅 전 장관은 3일 통화에서 '책 출판 보류' 건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김충배 한국국방연구원장(전 육사 교장) 인터뷰.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