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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Why][강철환의 북한 Watch] '그날'김정일도 정규군도 빠 진 이유는?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8-09-14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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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강철환의 북한 Watch] '그날'김정일도 정규군도 빠

진 이유는?
9·9절 행사'에 '예비군' 노농적위대가 열병식… 왜?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북한당국은 9일 공화국 창건 6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지만 주인공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정규군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오전에 열리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오후 늦은 시간에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평양시민들의 퍼레이드만 진행돼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본지 9월10일자 보도)
▲ 2003년엔 정규군이… 2003년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5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번 행사에 북한 정규군이 빠진 게 꼭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 때문일까. 유력한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정규군이 평양으로 모이다 취소한 점, 오전에 해야 할 행사를 늦은 오후로 옮긴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올 4월부터 인민무력부 산하 군관학교 생도들과 각 군단에서 차출된 수만 명의 병사들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 관리는 "북한 당국은 모내기철인데도 열병식 군인들은 한 명도 농촌에 보내지 않고 훈련시켰으며, 각 지역에서 민간 지원을 독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은 이밥(쌀밥)에 고깃국은 물론 온갖 선물을 하사받으며 최고의 대우를 받아왔다. 열병식 참석이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옥수수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져 군인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때문에 군정보기관인 보위사령부의 내부 결정으로 군 정규무력의 퍼레이드를 중단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 인민군 군량창고인 '2호 창고'가 바닥을 보여 이제는 인민군대에 대량아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군대 내에 퍼져 군대 내 동요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경을 넘은 군인 출신의 한 탈북자는 "군량미를 대는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가 작년 수해로 농사를 망친 데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중국 당국이 올 봄 대북식량 수출을 막은 것이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처음 지원된 대북식량인 밀이 군 부대 가운데서도 가장 열악한 해군사령부 산하 부대에 집중 배급됐다고 말했다. 분배 감시자들을 속이기 위해 해군 소속 군인들이 모두 민간복장을 하고 식량을 받아갔으며 대부분 뒤로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군대의 축제로 여겨야 할 열병식이 굶주림으로 얼룩져 불만이 위험수위를 넘겨 이번 행사가 파행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바로 이런 정황 때문에 제기되고 있다.

1995년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先軍)정치'를 실시한 이후 북한의 모든 권력은 군부로 집중됐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악화와 식량난으로 인민군을 '영실군'(영양실조 군대)으로 부르다 못해 '강영실'(강한 영양실조 군대)로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 2008년 9월 9일, 못보던 얼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한 9일 북한 정권 창건 60주년 행사 중 정규 인민군 대신 예비 병력인 노농적위대가 열병식을 하고 있다 / 조선중앙 TV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군대 내에 반(反)김정일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3년에 구소련 군사아카데미 출신 장성 11명을 쿠데타 혐의로 적발해 처형한 데 이어 1996년에는 함경남도 주둔 6군단 사건으로 많은 고위 장교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6군단 사건은 군단정치위원 산하 장령급(장성급) 군인들과 대좌급(대령급) 수십 명이 연계된 대규모 반정부그룹 사건으로 외부의 정보조직과 연계돼 활동해오다 적발됐다"고 말했다.

6군단 사건 이후 군 장교들에 대한 감시활동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장급 이상 장성들은 내부 정보기관에서 10분 단위로 행선지를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대와 총대를 가장 사랑하지만 인민군대의 충성도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군인 출신의 한 탈북자는 "현재 복무 중인 인민군 병사 대부분은 1990년대 후반 식량난으로 부모형제를 땅에 묻은 아픔을 안고 있다" 고 말했다. 지금도 대부분 병사들에게 들리는 소리는 "부모 형제가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뿐이어서 젊은 군인들의 체제불만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군인들이 체제에 대한 희망이 없어 대부분 외부소식에 목말라 있으며 군대 내에서 남한영화를 보고 라디오를 듣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제난으로 발생하는 군대 내에서의 구타와 만성적인 굶주림은 군대조직을 와해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 도적질은 인민군 병사들의 생존필수 조건처럼 됐다고 한다.

최근 입국한 한 탈북자는 "최근 군대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탈영"이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탈영은 총살형이지만 탈영병이 너무 많아 군관(장교)들이 도망병들을 달래서 데려오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수개월간 준비하고도 갑자기 취소된 열병식 사건으로 가뜩이나 불만투성이인 군대 전체의 민심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