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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제대로 꽂혔어"… 태권 오누이 무적의 발차기 (조선일보)
글쓴이 조선일보 등록일 2008-08-22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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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꽂혔어"… 태권 오누이 무적의 발차기
임수정, 크고 화려한 기술로 생일 자축

손태진, 숙적 로페즈 꺾고
감격의 눈물
 
 
 
베이징=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임수정이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승리한 뒤 헤드기어를 벗고 환하게 웃고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결과는 팽팽한 접전을 이루던 마지막 순간 갈렸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비호같이 공격을 퍼부었다. 두 선수 모두 힘든 순간을 겪어야 했기에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20초 남기고 발차기

금메달을 위해 남은 시간은 20초. 상대를 노려보던 임수정의 눈빛이 순간 반짝거렸다. 2005년 유럽선수권 우승자인 탄리쿨루(터키)의 자세에서 빈틈이 보이자 곧바로 장기인 오른발 뒤차기로 가격했다. 상대의 호구에 정확하게 맞는 느낌이 들자 곧바로 손을 치켜들었다. 탄리쿨루가 반격에 안간힘을 썼지만 점수는 1대0. 20일이 생일이었던 임수정에겐 하루 늦긴 했어도 최고의 선물이었다.

결승은 쉽지 않았다. 탐색전을 벌인 1회전 종료 직전 경고 누적으로 1점 감점을 당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다 1분여를 남기고 오른발 돌려차기로 1점을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회전 종료 20초 전, 천금 같은 뒤차기를 성공시킨 임수정은 "탄리쿨루가 왼발을 많이 쓰는 것 같아 노리고 들어갔다"며 "쫓기고 있었지만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가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임수정에겐 첫 경기가 고비였다. 2005년 세계선수권 준우승, 올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자인 수리웬(대만)을 접전 끝에 1대0으로 물리쳤다. '난적' 다이애나 로페즈(미국)는 8강에서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나는 행운도 잡았다. 8강, 4강은 쉽게 통과했다.

임수정은 부천 동곡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소녀' 인생을 시작했고, 서울체고 1학년 때인 2002년 3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해 부산아시안게임(51㎏급)에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다. 아테네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뒤차기와 뒤후리기처럼 남자 경기에서 자주 나오는 큰 동작의 기술이 주특기. 한국은 임수정의 금메달로 여자 57㎏급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정재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장지원)에 이어 세 대회 연속 정상을 지켰다.

▲ 남자 태권도 68㎏급 결승에서 손태진이 마크 로페즈(미국)에게 강력한 오른발 뒤 돌려차기를 날리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명가(名家)' 로페즈를 꺾었다

손태진의 결승 상대 마크 로페즈는 여자부 다이애나의 오빠. 2―2, 3회전이 마감되려는 찰나, 손태진의 오른 발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며 마크 로페즈의 몸통을 강타했다. 전광판 점수가 3―2로 바뀌면서 경기가 끝났다. 환호성을 내지른 손태진은 매트 바닥에 입을 맞춘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첫 경기부터 결승까지 모두 1점 차 승부였다. 첫 상대인 데니스 베케르스(네덜란드)에게 2회전까지 2―3으로 뒤지다가 4대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서는 세르빗 타제굴(터키)을 1대0으로 물리쳤고, 준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대만의 숭유치와 난타전 끝에 3회전 종료 17초 전 장기인 오른발 돌려차기로 7대6 승리를 이끌었다.

손태진은 로페즈와의 결승에서 1회전 오른발 돌려차기와 앞차기 공격이 주효해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2회전에서 로페즈에게 왼발 내려찍기를 허용해 1점을 내줬고, 1점 감점까지 당해 1―1이 됐다. 8강 때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던 손태진은 결승 3회전 중반에도 급소부분을 얻어맞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연장 기운이 흐르던 3회전 마지막 순간 로페즈의 허를 찔렀다.

손태진은 경북체고 2학년 때인 200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에스원에 입단한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냈다. 5월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경험부족으로 1회전 탈락의 충격을 맛봤다. 석 달 뒤엔 실업 선수와 학생 신분을 동시에 지닐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규정 때문에 단국대를 자퇴해야 했다. 손태진은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 우승으로 부진을 털어냈다. 야코모 가르시아(베네수엘라)와의 4회전에서 왼쪽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을 견뎌내고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을 안겼다. 자신이 이 대회에서 따낸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겨룬 국내 선발전에서 김주영, 이문규, 송지훈과 동률로 재경기를 벌이는 등 피 말리는 승부를 치른 끝에 베이징 티켓을 거머쥐었다. 손태진은 우승 후 "로페즈 경기는 꿈에 나올 정도로 많이 봐 오히려 편했다. 금메달을 따내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따니까 잘 모르겠다. 그냥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8.22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