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총성과 함께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초반 상승세가 무섭다.
이런 페이스라면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종합 성적 세계 10위 이내에 진입한다’는 당초 목표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한국은 8일 올림픽 개막 후 불과 사흘 동안 금메달을 4개나 따내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있다.
11일 현재 금 4개와 은 4개로 개최국 중국(금 9, 은 3, 동 2)에 이어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이라는 미국이 3위(금 3, 은 4, 동 5)로 뒤를 쫓았다. 한국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금 2, 동 2개로 6위에 머물렀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이런 출발은 최근 본 적이 없다. 대개 대회 초반에는 언제 금 소식이 나올까 기다리곤 했다”고 놀라워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대회 개막 후 나흘 만에 ‘소녀 궁사’ 윤미진이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신고했으며 개막 1주일 후에야 금메달 4개째를 따낼 수 있었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때 역시 이원희가 유도 73kg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뒤 개막 후 7일 후에 배드민턴 남자복식(김동문-하태권) 조와 양궁 여자 단체전(박성현-윤미진-이성진)에서 3, 4번째의 금메달이 나왔다.
과거 올림픽 때의 슬로 스타트와 달리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는 개회식 다음 날인 9일 최민호가 유도 60kg급 결승에서 화끈한 5판 연속 한판승을 장식하며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연일 골드러시를 이루고 있다.
10일에는 ‘골든 보이’ 박태환이 한때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수영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다.
박태환이 결승에서 3분41초86의 기록으로 맨 먼저 터치패드를 때리는 장면은 보고 또 봐도 4800만 국민을 짜릿하게 했다. 이 종목에서 최강자였던 그랜트 해킷(호주)은 박태환의 독주 속에서 6위로 처져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야 했다.
이날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양궁에서 박성현 주현정 윤옥희가 여자 단체전 6회 연속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번 터진 금메달 물꼬는 11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임동현 박경모 이창환이 중국과 이탈리아를 연파하며 정상에 올라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비록 아쉽게 메달 색깔이 바뀌긴 했어도 진종오(사격 10m 공기 권총) 남현희(펜싱 여자 플뢰레) 왕기춘(유도 73kg급) 윤진희(역도 여자 53kg급)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한국의 초반 돌풍은 물론 양궁 같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의 일정이 초반에 배치된 영향도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특정 종목의 몇몇 유망주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게 기량이 향상된 덕분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금메달 장면을 지켜보던 예전과 달리 속 시원한 승리가 많았던 것도 폭염과 경기 침체에 시달리던 국민의 가슴을 더욱 후련하게 했다.
박태환은 150m 지점을 지나면서 치고 나가기 시작해 완승을 엮어냈으며 최민호는 상대적으로 체격 조건이 뛰어난 유럽의 강호들은 연거푸 통쾌하게 매트에 메다꽂았다.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여자 양궁은 적수가 보이지 않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한국은 앞으로도 박태환을 비롯해 양궁 남녀 개인전, 종주국의 자존심이 걸린 태권도, 역도 장미란 등 기대주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나도 있다”며 영광의 주인공을 꿈꾸는 다크호스도 즐비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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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