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진시황도 못봤을 향연… 지구촌 ‘오리엔탈 쇼크’ (동아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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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일보 | 등록일 | 2008-08-09 |
출처 | 동아일보 | 조회수 | 1932 |
분야 : 스포츠 2008.8.9(토) 03:01 편집 |
진시황도 못봤을 향연… 지구촌 ‘오리엔탈 쇼크’
■ 66억 눈 사로잡은 개회식 ‘285분 드라마’
《“100년의 꿈이 마침내 실현됐다.” 8일 중국 대륙은 설렘과 환희로 뒤덮였다. 베이징발(發) 감격은 대륙을 덮고 세계로 뻗어 나갔다. 13억 중국인뿐 아니라 해외의 8000만 화교들도 격한 감동 속에 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봤다.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의 함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10번이나 소리 높이 외쳤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었다. 1시간 15분에 걸친 개회식 식전 예술 공연을 포함해 총 4시간 45분에 걸쳐 이뤄진 개회식은 중국 56개 민족의 화합을 추구하면서 5000년 중국 역사의 화려한 부활을 힘차게 선언하는 무대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과시하면서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 무대에 우뚝 서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무대이기도 했다.》
○ 개회 순간부터 ‘탄성’ ‘희열’
개회식은 그동안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내용과는 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그 스케일이 세계인을 압도했다. 사용된 불꽃만 3만여 개, 공연 참가자 1만5000명, 개막식 비용은 무려 1억 달러(약 1020억 원)에 달했다.
개회식은 시작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개회 4분 전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로 불리는 국가체육장의 불이 갑자기 꺼지고 타원형 둥지의 안쪽 테를 따라 불꽃이 솟아올랐다.
이어 2008개의 등이 켜지고 ‘퍼우(缶)’라는 진(秦)나라 시대의 고대 악기 2008개가 나와 북을 치면서 개회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60초 50초 40초 30초 20초 10, 9, 8, 7, 6, 5, 4, 3, 2, 1.
9만1000여 관중은 운동장에 불빛으로 그려지는 시간에 따라 큰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숫자가 0으로 변하는 순간 냐오차오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면서 이날 밤 8시 정각 베이징 올림픽이 정식으로 개회됐다.
이어 8시 5분 톈안먼(天安門)광장 등 베이징 시내 29곳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제29회 올림픽임을 알렸고 둔황(敦煌)의 비천무(飛天舞)를 통해 하늘을 나는 천사가 중국인이 추구하는 신비로운 극락세계를 그려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만들어진 ‘조국을 노래하자(歌唱祖國)’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56개 민족의 어린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중국 국기를 가지고 나왔고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국기가 게양됐다.
○ 찬란한 중국 역사 문화 정신, 춤사위로 그려내
8시 15분부터 시작된 예술 공연은 중국의 신비로움을 보여 주는 무대로 꾸며졌다. 춤을 추면서 그린 그림이 하늘로 올라가는가 하면 중국의 고대 복장과 춤을 통해 종이와 인쇄술, 화약, 나침반 등 중국의 4대 발명품을 모두 표현했다.
예술 공연은 과거 중국왕조의 번영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중국 문화의 상징인 문방사우(文房四友)로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그린 그림이 하늘로 올라가자 9만1000여 명의 관중은 일제히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3000명의 예술단이 그려내는 3개의 ‘화(和)’자는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추구하는 화합을 상징했다. 예전의 화자와 현대의 화자를 모두 표현해 고대나 지금이나 중국인은 화합을 중시한다는 ‘화위귀(和爲貴)’를 표현했다.
이어 타클라마칸 사막을 아래위로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의 두 길이 형상화됐다. 이어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의 전파가 그려졌다. 거대한 노가 중화의 문명을 상징하는 도자기와 차 등을 배에 싣고 서양으로 힘차게 저어가면서 중국의 우수한 고대 문명의 서양 전파를 상징했다. 이는 명나라 시대의 정화(鄭和)의 세계 탐험을 그리는 듯했다.
8시 45분경 중국의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예술 공연 하편이 시작됐다. 중국의 성과와 밝은 미래를 표현하는 자리였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朗娘)이 소녀와 함께 하얀 바탕의 직사각형 양탄자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형광색 옷을 입은 수백 명이 주변에 대형 비둘기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어 이 대형 비둘기가 은하계로 날아가는 ‘평화에의 꿈’을 그려냈다.
어린이들이 대형 붓을 들고 나와 산과 꽃 등 평화스러운 자연과 인간의 조화세계를 그렸고 이 그림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면서 평화와 조화의 세계를 염원했다. 이어 2008명이 흰 도복을 입고 중국의 고유무술인 태극권 시범을 힘차게 보여줬다.
또 올림픽 위원회의 자원봉사자 수천 명이 전 세계에서 찍어 온 2008명의 어린이의 미소를 담은 사진이 소개됐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표현하는 올림픽 주제를 잘 표현해냈다.
○ 56개 민족의 화합 그려내…‘옌볜(延邊)의 봄’
이날 오후 5시 48분부터 7시 3분까지 1시간 15분에 걸쳐 중국 28개 소수민족 및 지역의 춤과 노래가 소개됐다.
이는 중국 내 56개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기 위한 것. 특히 대만의 고산족이 나와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크게 외치자 관중석에 있던 관객 수만 명이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또 최근 대규모 독립시위를 벌였던 티베트족과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사건이 터진 신장(新疆) 지역의 위구르족도 모두 나와 고유의 춤사위를 선보이며 지구의 화합을 염원했다.
이날 식전 행사에서는 ‘옌볜의 봄’을 주제로 3분간 조선족의 부채춤과 장구춤도 선보였다. 조선족은 중국 9000만 소수민족 가운데 200만 명으로 13번째로 많다.
예술가인 이승숙 씨가 이끄는 옌볜가무단 소속 예술단원과 연변대 예술대학원 동문 등 103명은 소수민족 중 22번째로 나와 우리 민족의 평화 애호정신과 행복한 생활을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표현해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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