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weekly chosun] 김정일 비서실 VS 군부 VS 노동당 3파전 (조선닷컴) | ||
---|---|---|---|
글쓴이 | 조선닷컴 | 등록일 | 2008-07-20 |
출처 | 조선닷컴 | 조회수 | 1225 |
다음은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
|
지난 7월 11일 새벽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던 박왕자(여·53)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탄에 맞고 사망한 이후, 북한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해도 모자라는 판에 적반하장(賊反荷杖)격의 우격다짐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을 모독하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어 금강산 관광은 물론 전반적인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대남(對南) 의존도는 절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등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 지원이 중단될 경우 북한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 일변도의 대남정책으로 일관하는 북한 당국의 행동을 놓고 고위탈북자들은 북한 내부의 심각한 권력다툼으로 내부가 혼란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상부의 지시 없이는 절대로 도발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금강산 특별지구 내에서의 총격 사건은 최고 지도부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돼 그 진위 여부에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부 지시 없으면 절대 도발 못하는 구조
북한에서 군인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 총을 쓸 수 있는 지역은 이른바 ‘특별구역’뿐이다.
그 특별구역에 속하는 곳은 김정일 별장과 같은 최고위층이 살거나 휴양하는 특별지역이다. 이 지역은 최고지도자와 그의 가족들, 최고위층의 신변 문제와 연계돼 있어 돌발 상황 때 군인들의 자위적 판단에 의한 대응을 허용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근접 경호를 섰던 탈북자 이영국씨에 따르면 김정일 별장이나 기타 그에 준하는 특별구역에 진입하는 그 어떤 자도 정지명령을 어길 경우에는 무조건 사살하도록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아무런 죄도 없이 사살된 사람들이 생겨날 경우 경호부대는 죽은 자에게 훈장이나 선물을 주고 애국자 취급을 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도록 지침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그 외의 지역은 ‘적’들과 대처하는 지역으로 분리되는 정치범 수용소와 3·8선 군사분계선 전연지대다.
정치범 수용소를 지키는 군인들에게는 군인의 판단에 의해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회령 수용소 경비병 출신인 안명철씨에 따르면 “수용소의 죄수들은 적이며 그들에게 그 어떤 동정이나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주자는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범들은 경비병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 보위부원이나 경비병의 명령에 절대 순종하지 않을 경우 목숨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비병이 여성 정치범을 강간하고 도주자로 몰아 사살해도 군인이 처벌받는 예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도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정지명령을 어길 경우 경비병들이 사살하게 돼 있었으나 북한군에 의한 중국 측 민간인들의 총격 피해가 빈번해 중국 당국의 항의로 사격을 자제하고 있다.
계획 범죄 가능성 커… 개인 비리 은폐용일 수도
휴전선 지역에서 근무했던 인민군 군관(장교) 출신의 탈북자 차성주씨는 이번 총격 사건은 상부의 지시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이거나 개인비리를 감추기 위해 저지른 범죄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남측 민간인들을 상대로 하는 금강산과 같은 특수지역은 군인들이 그 어떤 행동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게 돼 있으며 철저하게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비리 차원의 범죄가 아니라면 상부의 지시에 의한 계획된 것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조선 사람들에게 달러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군인들이 남측 관광객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면서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해 우발적으로 저질렀을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 민경부대 출신은 정신적으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한다. 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중대한 일을 함부로 행할 군인은 거의 없다는 것이 탈북 군인들의 주장이다.
만약 상부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면 북한 최고지도부의 사고판단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후계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들
기존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의 권력 핵심은 모두 공산당 조직부에 속해 있었다. 북한도 김일성 시대에는 노동당 조직부가 모든 권력의 핵심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권력의 핵심은 김정일 서기실(비서실)과 국방위원회다.
1995년 ‘선군정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당에 의한 국가통치에서 군대에 의한 국가통치 체제가 본격화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 명칭이 노동당 총비서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 또는 장군으로 불리게 되면서 노동당은 국방위원회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했다.
노동당의 역할이 감소되면서 공식적인 노동당 전원회의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인민들도 더 이상 당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열심히 일하거나 뇌물을 주고 당에 입당하려고 노력하던 예전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이 노동당 조직부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이 후계자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입국한 고위탈북자들의 주장이다.
한 고위탈북자는 “선군정치로 인해 최근 북한의 권력 핵심은 아주 복잡하게 구성돼 있으며 이런 원인이 오히려 권력 암투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후계자 문제가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김정일의 장남인 정남과 차남 정철 가운데 “누가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루머가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 누가 후계자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그는 한때 김정일 서기실을 중심으로 장남 김정남을 후계자로 세우자는 주장을 했다가 “장군님(김정일)이 계시는데 웬 후계자냐”며 강력 반발하는 군부의 주장을 김정일이 받아들여 후계자 문제 논의는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권력싸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김정일 서기실과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국방위원회와 군부, 그리고 소외된 채 불만이 가득한 노동당 조직부 간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대남정책을 주도했던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간부들과 부원들이 무더기로 숙청된 것도 내부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열한 파워게임 영향으로 정책 혼선 불가피
후계자를 둘러싸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후계자를 내세우려는 세력들 간의 죽고 죽이는 파워게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내부 혼란이 지속되면 대외정책도 혼선을 빚게 되며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금강산 피격사건도 이런 북한의 내부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서기실과 군부, 노동당의 파워게임에 정책 혼선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정책 이후 부상했던 노동당통일전선부의 몰락으로 남한과의 최소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대남 전문가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강경 세력인 군부의 입김이 더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은 경직되고 강경 일변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