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나라는 지금까지 동해상 조업구역 설정을 위해 두 차례의 협정을 맺었다. 1965년 체결된 1차 협정은 각국 연안 12해리까지의 어업전관수역(배타적 수역)을 인정했다.
그러나 1994년 유엔(UN)해양법협약 발효와 함께 세계적으로 ’연안 200해리’ 범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적용되면서, 한일 조업구역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두 나라 사이 해역의 거리가 400해리(200+200)에 크게 못 미쳐, 동해 대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의 EEZ가 겹치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은 1996년 일방적으로 200해리 EEZ를 선포했고, 두 나라는 97~98년 15차례의 공식 협정을 거쳐 1998년 11월 2차 한일 어업협정을 맺었다.
이듬해인 1999년 1월22일부터 발효된 이른바 신(新)한일 어업협정은 기본적으로 양국간 대륙붕선을 따라 그은 선을 EEZ로 간주하되 동경 130~135도, 북위 35~38도에 걸친 동해 일부분을 ’중간 수역’으로 뒀다.
중간 수역에서 양국 어선은 자유롭게 고기를 잡을 수 있고, 상대국 EEZ라도 해마다 두 나라가 척수와 어획량 등을 정해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 “독도를 중간수역에 둬 日에 빌미 줬다”
문제는 독도의 위치다. 한일 어업협정상 독도는 현재 ’중간 수역’ 안에 놓여있다. 정부는 독도가 중간 수역에 있더라도, 엄연히 우리 영토이므로 섬 주변 12해리 영해 안에서는 일본 어선이 조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측과 합의한 내용이 아닌만큼 어업협정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나 시민단체 등은 1998년 어업협정 타결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스스로 독도를 영토인 섬이 아니라 암초로 간주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지난 17일 당내 회의에서 “지난 1999년 한일어업협정 당시 EEZ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했고, 독도는 중간수역으로 했다. 일본 사람들이 잘못 판단하게 하고 희망을 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 한일 어업협정 파기를 촉구했다.
◇ 정부 “협정 깨면 우리 손실 더 커..日 전략에 말리는 것”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관되게 “어업협정은 조업구역 설정에 관한 협정일 뿐, 영유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어업협정 15조에서 “이 협정의 어떤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만큼,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포기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 등을 근거로 “협정이 독도의 영유권, 영해 및 EEZ 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한일어업협정에 관한 위헌확인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실익 측면에서도 협정 파기가 우리측에 이롭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중간수역과 일본 EEZ내 우리 어선의 조업량이 일본에 비해 많은 상황에서 협정 파기와 함께 일본이 확장된 EEZ를 주장할 경우, 당장 타격은 우리 어업인들이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는 어업협정상 동경 134~136도에 걸친 동해 최고의 ’황금어장’ 대화퇴(大和堆) 지역의 절반 정도가 중간수역에 포함돼있지만, 일본과 동해상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지리적으로 일본 쪽에 가까운 대화퇴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 어업협정과 같은 질서를 깨고 분쟁을 부추기는 것이 일본의 중요한 영유권 전략이라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업협정이 파기돼 동해상이 무법 상황이 되면, 양국은 자국이 주장하는 EEZ를 넘어오는 상대국가 어선을 무더기로 나포할 수 밖에 없다”며 “동해상이 주요 분쟁 지역으로 국제 이슈가 되는 것은 일본이 바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입력 : 2008.07.20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