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 상인 가운데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와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책회의가 주도한 촛불시위로 매출이 급감했으니 대책회의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의 사무총장인 이헌 변호사는 광화문 상인 임모(여·47)씨로부터 의뢰를 받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촛불시위 탓에 피해를 본 상인들을 모아 영업액 손실분 전액에 대한 배상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대책회의를 상대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상인들이 소송까지 결심하게 된 데는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의 방송 내용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일 '벼랑 끝 대치, 정부와 촛불'이라는 주제로 이 변호사를 비롯, 한나라당 장광근 국회의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조동근 공동대표, 통합민주당 이강래 국회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사무차장 송호창 변호사 등 6명의 패널이 토론하는 내용을 방송했었다.
당일 토론 도중 이 변호사는 "두 달 이상 계속된 촛불집회 때문에 매출이 급감소돼 피해를 보고 있는 광화문 일대의 상인들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자 민변의 송호창 변호사는 "촛불집회 때문에 많은 이가 경제적 곤란을 겪는다고 해서 촛불반대시위도 했다. 그런데 그 상인들이 광화문 상인들이 아니었던 걸로 나는 알고 있다. 강북이나 강동 같은, 다른 지역에 있는 그런 분들"이라고 말했다.
- 9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청와대 인근의 영세업체 상인들이 모여‘종로구 영세상인들 죽이는 촛불시위를 중 단하라’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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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종로 일대 상인들은 그동안 몇 차례 캠페인과 집회를 통해 촛불시위 중단과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해 왔다. 1일에는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를 중심으로 50여명의 상인이 세종로 이순신동상 앞에서, 5일에는 종로구 삼청동과 가회동의 주민·상인연합회 회원 60여명이 광화문빌딩 앞에서 촛불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런 집회 참가자 가운데 실제로는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송 변호사는 말한 셈이다. 송 변호사는 "오히려 광화문 지역에 있는, 보통 10~11시에 문을 닫는 식당들이 지금은 9시 전에 문을 닫는다. 왜냐하면 그 전에 물건들이 다 팔려나가서, 과거에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매출을 지금 하루 만에 다 얻고 있는 실정"이라며 "'광화문 인근에 촛불시위 때문에 경제가 곤란하다' 이게 사실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 방송을 보고 격분한 상인이 많았고, 그 중 임씨가 "소송을 추진하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7월 초 촛불시위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만났을 때만 해도 '소송까지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 많았다. 그런데 송 변호사가 실정을 모르는 말을 하니 화가 나서 소송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한 임씨는 광화문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을 경영하는 상인으로, 촛불시위 이후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4월까지만 해도 하루 100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려, 모든 비용을 제하고도 최소 월 200만원의 순이익을 봤다. 그러나 촛불시위대가 도로로 나온 뒤 저녁시간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하루 평균 10여만원의 매상밖에 올리지 못했다. 임씨는 "손님이 너무 없어 잠도 안 오는 마당에 송 변호사의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 음식업중앙회에서 촛불시위 중단촉구 캠페인을 할 때 남편이 나갔었는데 '다 동원된 사람들'이라는 식의 발언까지 하기에 소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변과 임씨는 11일 면담을 통해 소송의 범위 등을 정할 예정이다.
- 9일 오전 청와대 인근 삼청동. 가회동 영세 상인들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앞에서 '종로구 영세상인들 죽이는 촛불 시위를 중단하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9일 오후 11시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둘러싼 전경버스들이 자리를 뜨고 있다. 이날 촛불 집회는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비롯, 강남역, 여의도 KBS, YTN, 민주 당사 등에서 소규모로 이뤄졌다.